[생물의 특성]진화와 적응의 차이점은?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16844790
서문
!주의! - 이 글은 ‘줄거리가 있는 생명과학1’의 1단원을 읽은 사람만이 재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아톰 판매페이지에서 맛보기 pdf파일을 다운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본문
안녕하세요. “줄거리가 있는 생명과학”의 저자입니다.
얼마 전에 독자 한 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제 책(줄.있.생)에 적혀있는 ‘순응’이라는 단어가 수능 등에서 말하는 “적응”과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부분이 헷갈린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인강 선생님께서 진화를 설명하실 때, 사막여우를 북극에 갖다놓으면 북극여우처럼 안되지 않느냐 라는 식으로 설명하셨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이 복잡해지니 정리하면서 진행하겠습니다.
1.인강 선생님과 교과서 등에서 설명하여 학생들이 이해하게 되는 ‘진화와 적응’
진화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한번 변화된 특성은 다시 바뀌지 않는다.
적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진화와 달리 특성이 계속해서 바뀐다.
2. ‘줄.있.생’에서 설명하는 진화와 적응
진화 - 세대를 거듭하며 생물의 특성이 변화해가는 과정
적응 - 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의 특성
순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그럼 여기서 생각해봅시다. 인강선생님과 교과서가 틀린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틀린 것일까요? 정답은 “둘 다 틀렸다.”입니다. (일단 진정하고 끝가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적설계론’과 ‘창조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적설계론이란 어떠한 강력한 존재가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그 설계도(지적 행위로 인한 결과물)가 자연 곧곧에 숨어있다는 이론입니다.
창조론이란 신이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하느님의 뜻이 자연 곧곧에 스며들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이 비슷해 보이신다면,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지적설계론은 창조론의 다른 이름입니다. 마치 정치집단이 특정 사건 이후로 당명과 추구하는 목표를 바꾸듯이 이름과 이론을 바꾼 것뿐입니다. 사실 똑같은 사람들이 하는 약간의 다른 주장들일 뿐입니다. (여기서는 지적설계론과 창조론을 전부 창조론으로 통일해서 표현하겠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의 탄생이후로 끊임없이 창조론자와 대립해왔으며 아직까지도 그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의!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헷갈릴 수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며 읽으시길 바랍니다.
창조론자의 목적은 진화론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창조론자가 주창하던 내용 중에 가장 강력한 반론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눈으로 본적이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생물 등의 생물종이 새로운 미생물종으로 진화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하였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암수로 나뉘어 있던 게가 암수한몸의 게로 진화였다는 사실들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창조론자는 한 발짝 물러나서 약간 다른 주장을 합니다.
그들은 “우리는 단 한 번도 하나의 종류가 다른 종류로 변화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게가 사람으로 진화한 것을 본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진화와 적응’에서 적응만을 인정하게 됩니다. 다만 이들이 사용하는 ‘적응’은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적응’과 의미가 다릅니다.
잠시 ‘적응’이라는 단어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정의를 짚고 넘어가봅시다.
창조론의 적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진화론의 적응 - 진화론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의 특성
즉,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미생물이 다른 종처럼 보이게 된 것은 이전과 다른 환경에 노출되어서 적응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생물은 항상 미생물이다.”입니다.
여기서 진화와 적응의 개념이 꼬여버리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이전부터 적응의 두 가지 의미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들이 “다르다.”의 의미와 “틀리다.”의 의미를 “틀리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 과 유사합니다.
예) 너랑 나랑은 많이 틀려.
의미1 - 너와 나는 문제를 많이 틀려.
의미2 - 너와 나는 성격이 많이 달라.
그래서 교과서 등에서는 창조론의 주장과 진화론의 주장을 구분하기 위해, 기를 쓰고 주구장창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두 여우는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는데, 북극여우를 사막에 대려다 놓는다고 해서 사막여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리고 06학년도 수능에서 결정적인 한방이 터집니다. 적응의 두 가지 의미를 구분하는 문제를 내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 이전까지는 학교에서 적응의 의미를 구분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입시계열로 오면서 왜곡됩니다. 선생님들께서 시험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맥락은 전부 무시되고, 외우기 쉽게 각 사례별로 하나씩 1:1대응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탄생합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북극여우를 사막에 대려다 놓아도 사막여우로 변하지 않는다.)
적응의 예 -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그런대 과학자 및 의학자들이 생각하는 진화와 적응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적응의 예
의미 1. 북극여우는 추운환경에 알맞은 몸의 형태를 가진다.
의미 2.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그래서 제 책에서는 ‘순응’이라는 단어를 추가해서 이러한 혼란을 막았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진화와 적응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적응의 예 - 북극여우는 추운환경에 알맞은 몸의 형태를 가진다.
순응의 예 -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요약
결국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 것일 뿐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시험에 충실하셨고, 저는 본질에 충실하였습니다. 물론 어느 쪽으로 가도 시험은 맞습니다. 다만 논술이나 면접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명히 순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순응’이라는 단어는 의학용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확신컨대 생물학자 혹은 의사들에게 ‘순응’이라는 단어와 ‘적응’이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것입니다. 다만, 창조론자에게 사용하면 무조건 알아듣지 못합니다. 알아듣더라도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불이익이 올 수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늘의 교훈 > 미리미리 글 지우자!
-
더프랑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몇월 더프정도임?
-
삼반수생 7덮 4
작수 백분위 81 97 2 99 97 7덮 78 88 1 42 31 ㅁㅌㅊ?
-
존나귀찮다하
-
안정적으로 걍 쫙풀림 언매랑 가나지문에서 폭사했음 대신ㅋㅋ
-
목표 달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어려웠던게 맞는거 같아서 일반적으로 2등급은...
-
절망에 빠뜨리기? 충격먹이규 공부자극하기?
-
2월까진 매주 술약 들어왔는데 그냥 좀 마시고 놀다가 애들 개강하면 시작할걸
-
⁴ 1
-
오르비에 존잘 남르비 많으니까 오라고 홍보했습니당
-
7덮국어 0
푸신분들 난이도 어땠나요? 문학이 되게 어려웠던거 같은데 저는
-
군수 질문 0
내년에 수능을 보려하는 예비군수생입니다. 사탐으로 공대가 가능해서 탐구과목을 어떻게...
-
오답해보겠다고 바로 스카 갔는데 도저히 참을수가엊ㅅ어서 집에와서 지금까지...
-
?????
-
보기부터 읽을걸 ㅋㅋㅋㅋ 보기 안읽고 들어갔다가 걍 그 보기문제 날렸음
-
선택과목특) 1
(수학 선택자수 + 과탐1 선택자수 + 과탐2 선택자수) ×20(즈음) = 국어 선택자수
-
기출이야 이미 수도 없이 봐서 선지 원리까지 기억나서 훈련용으로는 이제 아닌거같고...
-
수능완성 표지 4
처음에 시리얼에 떨어지는 하얗고 기다란 거 우유인줄 ㅋㅋㅋㅋ 하도 시리얼 광고에서...
-
환생마렵네 1
개구리야 도대체 어케한거니..
-
숏컷vs일반엔제 0
담주부터 서바 가는데 숏컷 유기하고 걍 일반앤제풀까요?? 엔제를 아직 사규랑 엔티켓만함
-
따로 공부해야하나.... 3점으로 나오면 그래도 타격이 큰데.. 강의를 따로 듣기에는 부담스럽고..
-
등차 ㄲㅂ 71 84 98
-
3월부터 지구 시작해보겠다고 아등바등했던게 어제 같은데... 못 해먹겠네요......
-
이번 더프 많이 힘들었나보네 ㄷㄷ
-
시리얼 화질 떨어지는거 짜치네...
-
작수 33132(영어 1 아직도 의문임..90점이고 그냥 뽀록)(현장에서 영어...
-
[10모 5>수능 1] 수능 한국사 전범위 요점정리(2025 수능대비) 0
구매링크...
-
6모 미적 85점 (14 22 27 30틀) 브릿지 엑셀 24 25드릴 수원수투미적...
-
사이드암인데 158나오네 이게십뭐노
-
없나요?!
-
저만 누락되어 있는건가요? 혹시 저자분 이 글 보신다면 책에서 누락된 부분 어디서...
-
언미영물지 매일 12시간씩 하고있음 연세대 화공 컴공을 목표로 하는대 남은 기간동안...
-
작년 10월 더프 국수탐탐 전체 3개 틀렸는데 수능에서 한양높공 낮고공 성적...
-
브릿지 수학 0
평균 1틀 정도면 몇등급 일까요? 50분 재고 풀어요
-
이건 잘보는게 이상한시험이긴함... 아니 형은 텔그 영어 1로돌리면 의대를 뚫어
-
언급이 없노 여군 중대장때는 불타더니
-
슬픔 9
어제는 늦게까지 계시던데 오늘은 저녁에 가시네..
-
20년7월교육청
-
현역때 가능성을 보고 재수 박다가 눈떠보니 장수생인거임? 아니면 대학을 너무...
-
1퍼센트의 확률을 뚫다니…운이 안좋으시군요
-
내가 못봐서 그런게 아니라 평가원이랑 많이 다르긴한게 팩튼데 12
그렇다고 뭐 구린건 아니고 학습용으로 잘 낸거같은디 수능포기할정도는 좀아닌듯...난...
-
저 컴공할려다 물리학으로 바꿨는데 컴공가서도 언어는 겉핥기고 가장 큰 토대는 물리와...
-
질문받는다 7
더프도 풀어준다 ㅋㅋ 암거나 ㄱㄱ
-
제 글 목록에 있는 다른 글 읽고 댓글 한번씩 부탁드립니다.
-
? 무보정은 한 55정도 뜰듯
-
…… 그런건 없다 게이야
-
하
-
설공 질문받아요 3
23 미적 100이고 공대(윗공) 자연대(수물통) 복전 합니다 암거나 ㄱㄱ
재수생의 신분이지만, 미래에 야생동물 생태 연구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입니다. 꼭 야생동물 연구가 아니라도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삶의 목표가 있습니다. 생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가장 큰 취미였고 생태와 진화는 떼 놓을 수 없는 관계기에 진화에 대해 고등학생치고는 많이 공부했습니다.
학부생 전공자이신지, 아니면 연구자의 길을 걸으시는 중 수능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수능을 준비하며 이런 글을 읽게 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박사과정을 밟으셨다는 강사님의 수업을 들으면서도 진화를 저렇게 설명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덕분에 해결된 것 같습니다. (아직 학부 전공과목도 듣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만한 생각인 것 같긴 하네요.)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해당 책의 생2 버전을 볼 수 있다면 상당히 기쁠 것 같긴 합니다만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으니 조르지 않겠습니다 ㅋㅋㅋ
정말 응원합니다. 혹여 연구자시라면 여러 가지로 조언을 듣고 싶은데 괜찮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006.png)
혹등고래님 안녕하세요.^^ 원하시는 바가 꼭 이루어지길 기도하겠습니다.말씀하신 것처럼 생 2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스스로 오만하다고 하시는데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원래 전부 다 어느 정도 오만합니다. 분명히 장점이 될 것입니다.
제가 조언을 해드릴 주재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한 점이 있으실 때, 쪽지를 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기회가 되면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