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르비언에게 보내는 편지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17751775
그냥 말 놓을게. 어차피 서로 나이도 아는데.
미리 밝히지만 이 편지를 쓰는 건 절대 너를 원망한다든지, 나를 좋아해달라든지 그런 시답잖은 얘기나 하기 위함이 아니야. 그러니 부담갖지 않아도 돼. 다만 끝까지 읽어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고 싶어.
고백하건데, 너가 처음 쪽지 보낸 그 날로부터 며칠 뒤 내 생일에 나는 이 세상을 등 지려 했어.
나로서는 오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지금을 살고 있는 셈이지.
너하고 쪽지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내가 품은 생각에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더라.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나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다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 참 오랜만에 기뻤던 것 같아.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내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계속 쪽지를 주고 받으며 너에 대해 알아가고, 그러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지.
그러다가 알게 되었어. 나는 더 살고 싶어한다는 걸.
이대로 눈을 감고 싶어하지 않는다는걸.
그러다 내 생일날이 왔어.
지난 몇 달간, 플래너의 내 생일 페이지에 간직해두었던 유서를 들고 오전 2시 30분에 옥상으로 올라갔어.
원래대로라면 불어오는 바람에 내 몸을 맡겼을 그 시간.
바람은 예정대로 불어오고, 모두들 예정대로 잠들어 있던 그 시간.
예정에 없던 선택지를 골랐어. ‘불어오는 바람에 유서를 찢어보내고 오늘의 계획을 세운다.’
혼잣말로 “생일 축하한다.”고 되뇌고는 다시 집에 들어왔어. 생일날 나는 한 번 더 태어난 셈이지.
옥상 계단을 내려오면서 다짐했어. 이제 다시는 허튼 생각 안 하겠다고.
그리고 나를 구해준 네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다고.
그런데 솔직히 용기는 안 나더라. 내가 어떻게 하면 널 도울 수 있을지 방법도 모르겠고.
떠오르는 방법이라곤 물질적인 것 말고 없었어. 그래도 그게 도움이 된다면야 기꺼이 내주고 싶었고.
기억날 지 모르겠지만, 내가 인간 관계가 끊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거야.
그러다가 먼저 만나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내가 거절한 그 다음날에 내가 대면 약속을 제안했지.
내가 변덕쟁이라서? 아니. 나를 살려준 이가 누구인지, 또 그에게 보잘 것 없는 도움이라도 전하고 싶었기에.
막상 너를 대면했을 때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내가 주기로 한 물건을 “이거.” 하면서 건네는 것 말고는.
그렇게 나는 내 생명의 은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음...쑥스러워서? 거의 도망쳐온 거 같아. 에잇 이불킥!!!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그 이후로는 점차 쪽지가 줄어들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널 또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쪽지를 보냈었지.
뭐 그 쪽지는 결국 읽히지 않았지만. 그리고 너는 탈퇴했더라고.
전혀 서운하지 않아. 네게 나는 부담이었겠다 싶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뿐이야.
왜 그런 경험 있잖아? 지금 내 상황도 좋지 않은데다 난 저 사람이 그리 내키지 않는데 그 사람은 내게 호의를 베풀어 줘서 불편하던. 괜히 집적대는 거 같고. 나는 그런 경험이 있어서 너도 그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냐...
나를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 닥쳐올 고난 때문에 너가 간직한 생각에 회의를 품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그건 굉장히 숭고한 뜻이니까.
그리고 너는 나를 괴물로 볼 지도 모르겠고, 지금 이 글 자체가 짜증날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줘.
이 세상 누군가는, 변함없이 너를 응원한단다. 혼자서 모든 부담을 짊어지려 하지 마.
너가 선생님이 되어 키운 학생들이 가꿀 이 나라의 모습을 상상하면, 저절로 긍정의 에너지가 솟아나. 분명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일거야.
너가 이 글을 볼지 안 볼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이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 이진수의 바다에 퐁당 던져넣어본다.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0 XDK (+5,160)
-
4,160
-
1,000
-
아무리 내가 학생이라도 왜 가르치듯이 말하지? 기분 ㅈㄴ 나쁘네 그리고 편의점택배...
-
아자잣
-
고3 혀녀기고, 9모 보기 전에 사설모의고사 처음으로 현장응시 해보고 싶은데여 제가...
-
인서울 가보겠다고 입학 1주일만에 기숙사 짐빼고 야반도주하던 남서울대생의 패기를...
-
원피스나 나루토까진 아니라도 ㅇㅇ
-
새벽도 아닌데 댓글이 거의 안 달리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모두한테 댓글이...
-
또선생 뭐있음? 0
난 영어 인강 매일 1개씩 들어도 내내 2나 망하면 3인데 또선생은 어떻게 저렇게...
-
지구1 OX 1
삼엽충 다리는 44개이다 (O/X) 모르겠으면 개념1557회독 하고오세요
-
진짜 개 충격 1
띵작이 야민정음인지 사문 기출 풀다가 알았다.. 왜 띵인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
성요한처럼 0
119일 노베에서 스카이 전설 써내려 보자
-
재작년이나 작년꺼 풀지 그냥 사놓은 실모(빡모시즌1) 풀지 고민인데 뭐가좋을까요??
-
제가 고1일때도 오르비북스에서 그릿 팔았는데 지금도 파네요........상훈쌤이랑...
-
ㅋㅋㅋ
-
뭐지 ㄹㅇ 더프 28번이 막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데
-
빈칸순서삽입 인강 추천 부탁 드립니다 작수 빈칸2틀입니다.
-
가능할까 노베면 죽어라 해야겠지.. 나니까 그래 해보자!
-
대학생이 힘들게 알바하면서 생활비랑 월세내고 사는 장면이 나오는거임. 이때부터 뭔가...
-
내가 상대를 차단해도 상대는 내 글 볼 수 있었네 나만 지금 안거야? ㅠㅠ
-
쉬운거부터 풀고 싶은디
-
지리 과목 특 6
첨 들었을 땐 이걸 다 어케 외워... 줄임말은 또 뭐이리 많아 하며 좌절하지만...
-
태성 1층에서 담배피면 대치동 양아치들 볼 수 있음 3
진짜 담배피면서 생명 서바 45점 받았어 이런 이야기 함
-
이감 시즌5 퀄 1
혹시 풀어보신 분 어떠신가요... 이전 시즌이랑은 다르게 좀 괜찮나요? 살만 할까요?
-
오프라인에서 파는 곳 혹시 있을까요?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
바로 산화되나
-
검찰, '쯔양 협박' 의혹 유튜버 구제역 주거지 압수수색 1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검찰이 유튜버 '쯔양'(27·박정원)을 협박해...
-
올해 6모랑 비교했을땨
-
고1 내신 망 0
고1 학기말 성적이 나왔는더 2초중반이 나왔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제...
-
뭐지ㅋㅋ
-
영어 강사 추천 1
이투스랑 메가 있는데 영어 강사 추천해주세요 간당간당한 3등급 나옵니다 조정식T만...
-
내신 1점대 후반인데 이번 2학년 1학기 후반 때 성적이 조금 더 떨어졌습니다....
-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음.
-
화미생1지1 (외국어X 내신은 BB인데 이과에서 자전으로 교차 가능한가요? 그럼...
-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래도 가오 지키려고 노란 우비말고 투명 우비 입음
-
6평 현대소설 [아버지의 땅] <~이거 어려운거 맞죠? 6
개어렵네 내용파악이 힘듦
-
내신 1.12 생기부 지방 일반고라 딸리는 감이 있긴하지만 IT, 생명화학 분야...
-
직역하자면?
-
잘 돌아감 쌩쌩
-
4점을 준킬러로 도배해버려서 고난도 문항을 풀 시간 자체를 안주네 시발...
-
나는 근본 물지러 몽실
-
안기고 싶어요 5
포옥 안길래
-
라는 행복 회로를 돌리며 다큐 좀 보다 자겠습니다
-
전문대 치고 꽤 좋은 대학 같은데 그냥 동남보건대로 갈까요..?
-
만분가 현역 윤지경전 재수 단가육장 삼수 어쩐지 존나 익숙하더라
-
씩 저한테 주세요. 。◕‿◕。
-
열심히살고 맨오른쪽이나임
-
사문 = 0.4 지구 정법 = 0.6 지구 사실 저것보다 좀 더 적게 봐도 될듯...
-
최신모델 아니어도 괜찮 가격 적당한걸로 추천부탁드립니다
-
히히 똥 1
똥 발싸!
-
그만일어나라4ㅗ
-
유웨이 궁금한게 0
대학에서 내 유웨이 아이디도 볼 수 있나요?
이진수의 바다.. 멋진 말이네요
인터넷 말하는거죠? 첨에 누구 이름인줄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와 세계의자아화 와
:)
진짜 힘든 시간 보내셨던거 같은데 삶의 희망을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마지막 표현은 정말 감동적이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 하루하루 굉장한 의미 있는 날을 보내셨으면 하네요.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살은 진짜,,,, 다시는 생각하지도 마세요 그게 자신을 위해서든, 부모님을 위해서든,,,,,
다시 태어났는걸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3
그동안 힘들었던 일도 많았을텐데 이겨내주어서 고마워요!
대검찰청님도 부디 힘내셔서 바라는 결과를 이룩하시길 기도할게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거라곤 덕코인밖에 없네요,,,
있는거 다 드렸어요!!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
의미 없다니요! 저한테는 천금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진수의바다? 이동식디스크 같은느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