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불안한 마음 다스리기.txt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18260756
얼마전에 여고(!)로 3박 4일동안 교육봉사를 다녀왔습니다 ㅎㅎ.....
대학생 20명 정도가 고등학생 40명 정도를 데리고
본인들이 설계한 수업(레크레이션, 게임 등 교과와 관련없이 설계한 수업)을 진행하는 거였는데요.
예상하시듯이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고,
또 오랜만에 고등학교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느끼는 것도 많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었는데요.
수업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애매하게 비는 시간이 있어서
교육봉사 동아리 총괄하시는 분이 저 포함 4명 정도의 사람들한테 5~10분 스피치를 시켰습니다.
"지금 고3들한테 해주고 싶은 자기 얘기"를 주제로요.
듣자마자 머릿속이 깔끔하게 백지가 되고, 공포감이 슬슬 몰려왔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머릿속에 떠오른 얘기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 얘기를 들어준 학생들도 용케 싫은 티를 안 내줘서 잘 마쳤고요.
그래서 지금, 학생들 앞에서 했던 얘기들을 회상함과 더불어
그 곳에서 미처 못다한 얘기를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줄지 생각할 때,
"수능을 100일도 안남은 시점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일까?"
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는 가장 힘들었던 게 "내가 지금 열심히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과연 1등급이 나올까?", "얼마 전에 수시 넣었던 거 그거 붙을까?" 하는 고민들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뭔갈 하고 있기는 한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됐어요.
이럴 때 "저는 비록 불안했지만 나를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국 결실을 맺어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답니다!"
라고 썰을 풀면 참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목표했던 대학에 붙지 못했습니다.
저는 수시에 올인했었고, 수학교육과를 너무 가고 싶어서 6개 전부 수학교육과를 썼었는데요.
4개 전부 1차에서 광탈하고, 나름 안정/하향지원이라고 생각했던 2곳만 겨우 붙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게, 제가 어떤 학교 수학교육과에 서로 다른 2개 전형으로 넣었는데요.
그 학교 발표날 친구들이 결과 궁금하다면서
저희 반에서 아이패드로 입학처 홈페이지를 띄워줬어요.
반애들 여럿이 모여가지고 수험번호를 딱 입력했는데,
2개 전형 전부다 불합격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때의 정적, 냉랭함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자습하는데, 그때는 좀 서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런 걸 회상하면 "그래 내가 그때 열심히 못했지", "그때 내가 덜 놀았어야 됐는데"
라면서 자신을 책망하곤 했는데, 요즘 들어 생각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난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었는데. 공부도 할 수 있을땐 무조건 했고,
쉰 것도 그 정도도 안 쉬면 내가 버틸 수 없었고, 그랬는데 왜 안 됐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러다보니 자괴감이 더 깊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나한테 달렸지만, 결과는 나한테 달린 게 아니었다."
제가 열심히 수능을 분석할 것인지, 기출을 몇회독을 할 것인지는
철저히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수능에서 1등급이 찍힐 것인지 안 찍힐 것인지는
나 아닌 다른 모든 학생들이 몇 점을 받았느냐에 달렸던 거죠.
내가 1등급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짝사랑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간절하고,
그래서 매일 선물을 사다주던 집에 데려다주던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내 진심을 받아줄지 말지는 나한테 달린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이 싫다면 싫은거죠.
난 그냥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지,
진짜로 마음을 바꾸는 건 상대방이니까요.
저는 고3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성적에 짝사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아주 간단해집니다.
"오늘 내 할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딱 그것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 1등급이고, 저렇게 하면 3등급이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통제 가능한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끊임없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내 통제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제 불가능한 것에 매달리는 고민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원하는 대학을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것,
원하는 성적을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 원하는 성적을 받는 것은 내가 컨트롤하는 게 아닙니다.
이를 철저히 구분지어 보면 내가 해야하는 고민의 수가 상당부분 줄어듭니다.
이 글을 읽는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수험생활 때 겪었던 고민들에서 빠져나올 수 있길 바랍니다.
이건 분명히 여러분들이 컨트롤하실 수 있습니다.
------------------------------------------------------------------------------------------------------------
작년 이맘때쯤 다른 곳에 써둔 글입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었나 하는 생각에 오르비에도 올려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놀라운점은 2
잘생긴 모솔 << 놀랍게도 존재는함 물론 해봐야 21살임 그 위로는 다 채감
-
ㄹㅇ 충격인거 3
동방에서 야스하는걸 내 친구가 목격해서 그 둘 내보냄
-
나랑 내 친구랑 다른 애 사진 돌려가면서 오픈채팅하는거 걸림 내사진만 쓴 거 아니고...
-
대학가도 연애 못함? 21
나 지금 공부하는 이유가 대학가서 남친 만들라고 하는건디;; 엄마한텐 꿈땜에 대학...
-
하프모는 브릿지랑 서킷x 잇음 수특수완 몇문제씩 어쩌다봣는데 좀 동떨어진 느낌이...
-
지디컴백게이야 13
너 땜에 긁혀서 쇼츠까지 올리면서 ㅇㅈ한다 하.....
-
1번 사진 찍을때도 좋다고 생각해서 찍음 나중에 가면 2번 사진도 그러겠지 진짜...
-
내일 0
치킨 한마리 뜯어야겠군
-
기본적인 논리는 기출으로 익혔는데 n제에 새로운 논리 나오면 과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
독재 3월부터 다니는데 학원 건물 1층이 한솥이라 멀리 가기 귀찮아서 그냥 거기서...
-
이런게 개킬러임 ㅅㅂ
-
법 공부좀 해놔야겠다
-
대학가도 여친 안 생기더라 독재다니면서 여친만 3명 생김 그래서 재수 망한듯ㄷ
-
아래 문제를 어떻게 풀지 아예 모르겠어요ㅠㅠ 콴다에서는 (가) 용액을 산성으로...
-
윈터 세로직캠.
-
ㅇㅈ 23
사진 마지막으로 찍은 게 1년 전이라..1년전 걸루..
-
내얼굴 수요가 틈새시장이 있는듯 약간 모범생들이 날 좋아하는듯 고백도 그런류들이함...
-
네네치킨 크리미언 핫블링 반반땡기네
-
G2 응원했는데 2
많이 아쉽네 돌고돌아 lpl vs lck구만
-
모쏠 4
21-> 까진 괜찮지…..?
-
요즘은 왜 6
ㅇㅈ메타가 잘 안 돌지 라떼는 한 명이 ㅇㅈ하면 한 10명 후루룩 올라왔었는데...
-
로그인 기기 계속 달라지면 정지먹이지 않나요? 재수하면서 배송지 몇 번 옮겼더니...
-
고2 기준 국어:문법 한 문제 킬러 문학 중 독서 중 1컷 87 수학 21번 수열...
-
안 자는 사람? 8
왜 안자요?
-
채팅주세요 교재 안 사고 듣기만 할거예요
-
디씨로 가야하나
-
ㅇㅈ 21
심심하면 또 다시 돌아올게요~ 시험기간은 너무 심심해요
-
일단 눈이랑 코는 했는데 윤곽 수술 아프다는데 흠
-
너무 심심햐서 ㅇㅈ 15
과제 너무하기 싫다…
-
1-2개 틀리는데 뒤에서 다 틀림
-
몸 망가져서 2달 만에 중단함
-
어제 일요일이라 병원안열어서 잤으니 지금부터 달려야지
-
이마데모
-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일단 당장은 안 남 주변에 군인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내...
-
Gay 5
S
-
이거진짜에요? 1
-
진짜 막 머릿속에서 그려짐?..
-
첨단컴퓨팅학과 지원했는데 1번은 계산 미스 났고 2번은 못풀었고 3~5번은 일단 다...
-
시험지 연습지 다 걷어가는데 뽀록나는거아님? 풀이까지 계단식에서 대놓고 베껴도...
-
4년째 사귀는데 6
수능이랑 4년째 사귀는데요... 결혼은 대학이랑 하고 싶은데요
-
잠드럽게안오네요 1
엉엉.
-
31일 남은 니네한테 올해 깔아주러 갈게
-
현 고2 정시러인데 지금 대성밖에 인 끊어서 메가를 내년부터 들을 수 있는...
-
ㅇㅈ 9
감사합니다.
-
근데 바로 리페어해야됨 체력3남아서
-
그딴건 없고 공부나 하세요 님들아
-
시발점 보고 있는데 어떤 내용이랑 그게 왜 그렇게 되는건지 증명도 해주시는데...
-
다?행 바로 흙하고 단일화할거라 전쟁난줄도 모를듯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