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9-01-13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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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듯 말 듯 죄가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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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살면서 한 번쯤 욕을 해봤을 것이다. 듣기도 했을 것이다. 친구끼리 장난으로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싸울 때마다 진심을 다해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다. 뭐 다들 어릴 때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경우에 따라 심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듣기 쉽지 않은 말이 있다. 바로 '침입'이다.


  '침입한다', '침공한다' 이런 말은 현실에선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네가 뭔 참견이야"는 있어도 "너 왜 침입했냐"는 글쎄, 듣기 쉽지 않다. 그런데 '침입죄'를 범하는 사람은 많으니 그게 바로 '주거침입죄'다.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들어가면 절도와 더불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뭘 '침입'으로 봐야 할까. 내가 모르는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가는 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될 것 같은데, 그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백화점에 옷 훔치러 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 법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으므로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본다.


  범죄를 규정하는 모든 형법조문은 그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사수하고자 하는 법익이 있다. 이를 '보호법익'이라 한다. 살인죄는 생명을, 절도죄는 재산을, 모욕죄는 외부적 명예가 보호법익이다. 주거침입죄의 경우 그 주거에 생활권을 갖고 있는 자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호법익으로 본다. 어려운 말로 '주거에 대한 공동생활자 전원의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하는데 잊자.


  한 때도 잘 나가지 않았던 연예인 출신 K군은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미성으로 여성들에 인기가 많았다. 그는 결혼한지 5년이 넘어가는 30대가 되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강남, 이태원 클럽을 전전했다. 그런 그에게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은 군인에게 내려진 포상휴가와 같았다. 


  K군은 마음놓고 친구인 B군의 부인인 유부녀 L양과 교제했다. 호텔에서, 차에서, 때론 L양(B군)의 집에서. 둘의 위험한 만남은 경계를 넘나들었다.  B군은 L양을 믿었던 만큼 친구(K군)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소개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어울렸을 뿐이었기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럼에도 K군은 의기양양했다. 간통이 적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환장이 날아왔다. 죄명은 '주거침입'. K군은 날뛰었다. 왜 이게 죄가 되느냐. 간통이 죄가 아닌데 무슨 주거침입이냐고. 법원에서 K군은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졌다. 하지만 판사는 단호했다. 비록 집에 B군이 부재중이라 하더라도 B군의 지배관리관계는 외관상 존재한다고 호통쳤다. '불륜'을 위해 K군이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당연히 B군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어서 주거침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이 사는 L양의 승낙이 있었어도 다른 거주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했다. K군은 뭐 이런 법이 다 있냐며 항소했고 이마저 기각되자 상고했지만 결국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결국 그는 '침입자'로 남은 인생을 살게 됐다.


  법원의 입장은 공동생활을 하는 모두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일부가 승낙했다 하더라도 다른 일부의 의사에 반한다면 이는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 되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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