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 여기는 이국의 수도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2168234
여기는 이국의 수도
울지 마 울지 마 결혼반지 잃어버린 육십 넘은 동백꽃처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내일 헐려나갈 천년 넘은 집처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십수 년째 거짓말만 하고 있는 시인처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이런 것도 눈 감는 거라고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건너가는 철새처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포유류와 조류의 갈림길에서 어류와 갑각류의 갈림길에서 중세와 르네상스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틀린 결정만 해온 존재처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여기는 이국의 수도 비가 온 지 십년도 넘어되었다네
이 도시의 연인들은 헤어진 다음에야 결혼하지
이 도시의 제사장들은 아들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고
제 시체가 물에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네
푸른 구역에는 대추야자나무들 거꾸로 서 있고
내 아들은 무죄, 무죄, 라고 아비의 시체는 말하네
아무리 내가 저 몸을 이 생으로 삼고 있지만 저 몸이 죽은 후
물에 떠오를지 아닐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하여
이국의 수도에서 제사장은 언제나 유죄
내가 살아 있어 당신이 날 사랑해
당신이 살아 있어 나는 당신을 예뻐해
저 멀리 스텝을 열어 스텝의 극악한 심장을 열어 잊혀진 문명을 보여줘
어머 어머, 이런 망할 것 이런 것이 여기에 있다니 유죄
양고기 국물을 마시는 몸엔 무속이 깃들고
그러다 세상의 모든 죄를 사하겠다는
허영의 마술도 나오고 그러다
그 마술에 덴 몸은 얼마 남지 않았다, 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데
울지 마 울지 마
여기는 이국의 수도 오늘 시장에 폭탄이 터지지 않으면
내일 이 시장엔 오렌지를 가득 실은 수레가 온다네
그러니 울지 마 울지 마
당신을 버린 내가 성문 앞에 앉아 이름은 잊혀진 나물을 캐고 있다 해도
내가 버린 당신이 성 안에 앉아 그 나물에 법전을 고명으로 식은 국수를 드신다고 해도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러셀 재원생중에 대리구매 해주실 분 안 계시나요 ㅠ ㅠ 교재비+a 드릴게요 그리고...
-
내일저녁 전까지 답 공유좀 부탁 드리겠습니다ㅠㅠ
-
이거하는게 낫나요 아님 풀실모 푸는게 낫나요?? 너무 어려워보이던데 풀어보신 분 있나요?
-
1일 1실모하면서 마지막 n제 대신 장영진쌤 기출 올집으로 정리하는게 이번에 오히려...
-
답지를 스카사물함에 두고와서 내일 학교가야되는디.....혹시 답지 있으신분있나요?...
-
공통만 따졌을때!!! 미기확은 고려X 분명 69모보다 쉽다고 하는 사람들 있을것 같으니 쉽다는 뺌!
-
급처하는중입니다! 댓글 남겨주세요 가격은 수2 24000> 16000 확통 21000 > 13000
-
3 4 6 7 수학 4인데 높은2등급 원합니다.. 준킬 벽을 못뚫겠네요..(쉬사)...
-
장영진T 모의고사 목요일 새움에서 하시나요? 그리고 장영진T 현강 인강 차이가...
-
문제에서 배울점 많은건 어떤걸가요
-
장영진plus 모의고사 A형 해설강의 어디서 들을 수 있나요? 3
검색해보니 장영진선생님께서 댓글에 직접 해설강의 들을 수 있다고 써 놓으셨는데어디서...
-
[JYJ특강4] 07개정 마지막수능을 위한 보완점2 _중복조합 29
2015. 10. 2. 장영진 드림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