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대학(N수)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28392687
얘비대학/N수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마음껏) 너를 비웃도록'
by Snu Roman.
"Timing beats speed, Precision beats power"
"타이밍은 스피드를 압도하고 정확도는 힘을 제압한다"
전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가 첫 페더급 타이틀 전에서 당시 챔피언이던 ‘폭군’ 조제알도를 이기고 한 말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스피드와 힘은 타고나는 것인데 알도 같이 스피드와 힘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저 말은 맥그리거에게만 쉬운 말이다. 맥그리거처럼 페더급 전체에서 가장 긴 리치를 갖고 있고 전형적인 카운터형 복서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저 말은 팔이 짧은 파이터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난 살면서 많은 것을 시도했다. 보잘 것 없지만 대학 시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그런 건 감췄다. 드러내봐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대부분은 동정, 안쓰러움이다. 1등이 10000등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10000등이 뭐 어때. 다 잘 될 거야"는 솔직히 말해 기만이다. 저런 위로는 날 더 괴롭게 했다.
아픔을 드러내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다. 아파요. 같이 울어주세요. 원하는 대학(직장)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수능(LEET) 점수가 안 나왔어요.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 번 더 일어서면 된단다. 아무도 너를 비웃지 않을 거란다. 그 누구도 지금의 결과로 너를 무시하지 않을 거란다. 간판 따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10여년 전 수능을 망치고 생각대로 살지 않고 사는대로 숨을 쉴 때, 내게 위로를 건넸던 많은 책에 나온 문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고학력, 고스펙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다. 청춘은 아파도 된다던 그 분은 서울대 교수였고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던 승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인이었다.
물론 유명 자기계발서 작가 중 특별한 이력 없이 성공한 이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탐독하며 한 가지는 확인했다.
그 자기계발서로 성공한 사람은 그걸 쓴 자기자신이었다.
“확실히 성공하는 공부법”을 쓴 저자는 확실히 책은 잘 팔았다.
아픈 게 씻겨버리고 싶은 쓰레기 같은 기억으로 남을지 청춘으로 추억될 수 있는지는 현재의 자기 처지에 달려 있다.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활약하며 바쁘게 살던 이에게 휴식은 꽤 많은 것을 주지만 원래 멈춰있던 자가 또 멈춰봐야 무엇이 보이겠는가.
대학원에 진학해 길 없는 길을 걷다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역시나 되는 일이 없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로 의사표현하기도 바쁜데 현지인끼리의 날선 디베이트에 외국인인 내가 쉽게 끼어들기 어려웠고 학부시절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내가 교수의 질문을 받을까 떨었다. 누군가의 농담으로 다같이 웃을 때 따라 웃을지 고민하던 순간순간들이 징그러웠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시인 나르테스크의 구절을 봤다.
"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이 말은 나의 많은 걸 바꿨다.
저마다 힘든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또 그보다 많은 질타와 동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 기억하자.
고생했으니 주저앉아도 된다(세련된 문체로 쉬어도 된다)는 말은 모두가 너를 비웃을 수도 있다는 말이 생략됐다.
누구나 은밀하게 남의 불행을 즐기고 시끄럽게 남의 상처를 위로한다.
그러니, 후배여러분은 그런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중심을 잡았으면 좋겠다.
파리 루브르에 갔을 때, 나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이게 뭐지? 그렇게 좋은가?"하고
아무리 쳐다봤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어릴적 새롭게 나왔던 ‘헌터헌터 신간 표지’이 주는 설렘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나의 예술적 감수성이 문제된 적은 없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론 지쳐 쓰러질 테고 그 땐 쉬어도 된다.
귀찮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탓해도 된다. 그것 때문이니.
다만,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그게 싫으면 무얼해야 할지는 제일 아는 것 역시 바로 당신이다.
나라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열심히 하세요~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라고 비추어지고 싶지 않겠느냐만,
그 비용을 감수하고 쓰는 것이다.
꿈은 스스로를 ‘나이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열아홉인데 4
짝사랑해본 적 없음 어캄
-
주사안맞고 모든 병 치료하는방법 누가 개발해달라고 주사무섭다고요
-
롤이란 그런거지
-
2월 7일 딱 기다려
-
선택만풀고답안지를내보자
-
복습할 거임
-
알빠노 마인드긴 함
-
한의학효과좋은데 1
ㅇㅇ
-
역이 있다고는 안 함
-
ㅈㄱㄴ
-
미적 하셈 4
미적 좋음
-
ㅇㅇ
-
신경쪽 이상있어서 못걷거나 죽어가는걸 한의술로 치료하는거 보면서 세상은 참 넓구나 느낌
-
설의는 다음생에 가는걸로
-
ㅇㄸ
-
ㅇㅇ
-
수학 선택과목 2
공통1틀 미적3틀입니다 미적 3문제는 확실히 몰라서 틀린거같은데 계속 미적하는게...
-
미국 지진 났고 엔디비아 이 두개가 문제네
-
한 10년은 지난 애니일템데 너무 잘만듬..
-
시대에 맞춰 개정을 할 필요가 있지않나 싶음.. 기와 맥이흐르는... 어쩌구...
-
잘자라구해주세요 11
네..
-
ㅇㅇ
-
심심해
-
163 75 살면서 모배에서 연애 한 번이 전부였고 썸은 오르비언이랑 썸 타본 게...
-
거대거대한 흑역사의 순간이 떠오름
-
1년치 댓글 오늘 다했노 ㅋㅋ
-
알파남 특 2
오르비에 맨날 ㄱㅁ ㄱㅁ거림 기만자새끼들 ㅇㅅㅇ ㅇㅅㅇ
-
나 쌩재한다고 하셨을때도 부모님이 뭐라안하시고 암튼 꼭 올해 잘봐야할거같네요 올해도...
-
. 2
국:수:영:탐 5:2:1:2 3월 1일까지
-
기대를하는 내가 밉다
-
사랑하면 왜 술처먹고 죽는다하구 그러는지 모르겠다아아 내가 제일 소중하다면서 날 힘들게함
-
풀떼기 투척 1
아가베 우타헨시스
-
학생복지스토어에 3
s25 울트라 품절됐네 ㅜㅜ
-
경희주보에서 갖고 온건데 2011년부터 2024년까지 공무원 연평균 임금인상률은...
-
나한테도관심줘 0
너네까지나한테이러면안되는거잖아
-
서울교대 고민 0
가 경희대(국제) 나 서울교대 다 홍익대 제 기준 서성한까지는 고민없이 서성한 택할...
-
개많이떨어진거같지만 크게보면 아직까지 떨어질게 많다는거임 저게 고작 2년만에...
-
수힉을 그렇게 많이하고도 96 100이 안나오던 이유를 알겠음.. 항싱 겨산꼬이거나...
-
풀떼기 더 보여드릴가요 13
50종류 넘는 풀떼기들과 동거중
-
프사변경완 0
레어랑 똑같은거 찾아옴
-
최고로 화났을때 침대에서 발로 이불 찼었음
-
조금만 더살까
-
슬퍼서 눈뮬을 머금고 삭제를 해요
-
하… 2
현역 예비고3인데 매일 공부만하거든? 근데시발왜케불안하냐 자살하고싶다 ㅇㅇ 멘탈 강해지는법조뮤도와줘
-
오늘 데려온 풀떼기 13
이름은 아데니아 글로보사입니다
-
걍 합방 존나웃기네 ㅋㅋㅋㅋ
-
뭘로바꾸지
-
힘들다 진짜
-
화2해야함ㅇㅇ
끝까지 잘 읽었습니당 몬가 가슴에 확 와닿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