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 작품의 지은이 [79922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3-27 20:46:38
조회수 8,777

비문학 기출 분석 (2)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28865763

이어서 쓰겠습니다. 이번편은 저번편보다도 깁니다. 자를 타이밍이 애매해서;;


5) 주장과 근거


이것도 인과랑 비슷하게, 여러 주장과 여러 근거들을 섞어서 학생들을 혼동시키는 것이 출제자의 목표입니다. 보통 법이나 사상 쪽에서 많이 등장해요.


율곡은 “때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은 법제이며, 시123대를 막론하고 변할 수 없는 것이 왕도요, 어진 정치요, 삼강이요, 오륜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법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곧, ‘이’라 할 수 있는 왕도나 오륜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16~21]


율곡이 법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는, 법제가 ‘시123대를 막론하고 변할 수 없는 것=왕도, 어진 정치, 삼강, 오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지에서 어떻게 물어볼까요?


④ 삼강과 같은 불변적 가치를 거론하는 까닭은 결국 법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20번


지문의 문장 안에서 법제 개혁론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그 아래 문제를 보죠.


이 사건(관리가 선비에게 곤장을 쳐서 죽게 함)에 대해 숙종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라고 보았으나, 대신들은 형벌을 집행하다가 일어난 일이니 사형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올렸다. 이에 숙종은 꾸짖었다. “《경국대전》은 역대 선왕들께서 만들어 한결같이 시행해 온 성스러운 규범이다. 결코 멋대로 적용해서는 아니 된다. 국왕에게 법을 잘못 적용하라고 하는가? 갑이 살아서 나가게 되면 무법의 나라가 된다.” … (가) 《경국대전》 “《대명률》을 형법으로 적용한다.” (나) 《경국대전》 “관리가 형벌 집행을 남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곤장 100대에 처하고 영구히 관리로 임용하지 않는다.” (다) 《대명률》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21번 


숙종은 사형, 대신들은 곤장 100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우선 대신들은 《경국대전》의 (나)를 근거로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숙종은 《경국대전》을 무시해서 사형을 주장하나요? 아니죠. 숙종 역시 의 발언에서 《경국대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지 숙종은, 현재 이 사건이 ‘관리가 형벌 집행을 남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국대전》 (가) → 《대명률》 (다) → 사형 이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죠. 즉 숙종과 대신들의 주장 차이는, 해당 사건이 ‘관리의 형벌 집행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지, 《경국대전》의 중요성은 둘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지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물어보고 있나요?


① 숙종은 갑의 행위에 (다)를 적용하는 것이 조종성헌(경국대전)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군.

② 숙종은 완성된 지 200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경국대전》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려 하는군.

③ 숙종이 《대명률》의 규정인 (다)를 적용하려는 것은 ‘대전’의 규정을 따르지 않는 태도라 해야겠군.


5개의 선지 중 3개가 모두 숙종의 주장의 근거를 올바르게 파악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문에 지시된 주장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편 주장과 근거가 꼭 인문이나 사회 지문에서 사용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과학적 가설과 그 근거 사이의 관계도 역시 주장과 근거라고 부를 수 있지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박테리아의 한 종류였다는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미토콘드리아는 이미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이분 분열’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미토콘드리아의 막에는 진핵 세포막의 수송 단백질과는 다른 종류의 수송 단백질인 포린이 존재하고 박테리아의 세포막에 있는 카디오리핀이 존재한다. 또 미토콘드리아의 리보솜은 진핵세포의 리보솜이나 박테리아의 리보솜과 더 유사하다. -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 [37~42]


미토콘드리아가 박테리아로부터 유래했다는 가설에 대한 근거로 i. 이분 분열을 통해서만 만들어짐. ii. 포린 iii. 카디오리핀 iv. 리보솜이 박테리아의 것과 유사함. 이 4가지를 제시했네요. 문제에서 이걸 묻겠죠?


각각의 (진핵세포의) 세포 소기관이 박테리아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만을 에서 고른 것은? -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 40번

ㄱ. 세포 소기관이 자신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분 분열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ㄴ. 세포 소기관이 자신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진핵 세포의 리보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ㄷ. 세포 소기관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과 막에는 수송 단백질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ㄹ. 세포 소기관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과 막에는 다량의 카디오리핀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ㄱ. 이분 분열을 한다고 하니까 ok. ㄴ은 진핵 세포의 리보솜? 박테리아의 리보솜과 유사한 리보솜이 근거가 된다고 했습니다. no. ㄷ. 수송 단백질이 있는 것은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진핵 세포막의 수송 단백질과는 다른 종류의 수송 단백질’이 있어야 합니다. no. ㄹ. 카디오리핀, ok.


ㄴ처럼 주어진 가설을 약화하는 근거로 바꾸거나, ㄷ처럼 가설과 아무 관련없는 정보를 제시하는 식으로 연막을 치는 것입니다. 같은 지문을 계속해서 볼게요.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세포 사이의 관계를 공생 관계로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생명체가 서로 떨어져서 살 수 없더라도 각자의 개체성을 잃을 정도로 유기적 상호작용이 강하지 않다면 그 둘은 공생 관계에 있다고 보는데,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세포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은 둘을 다른 개체로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개체성을 잃고 세포 소기관이 되었다고 보는 근거는, 진핵세포가 미토콘드리아의 증식을 조절하고, 자신을 복제하여 증식할 때 미토콘드리아도 함께 복제하여 증식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의 많은 부분이 세포핵의 DNA로 옮겨 가 미토콘드리아의 DNA 길이가 현저히 짧아졌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와 공생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둘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의 예시에는 i. 진핵세포가 미토콘드리아의 증식을 조절하고, 함께 증식. ii. 미토콘드리아의 DNA 길이 짧아짐. 이 두 가지가 있네요. 한편 두 생명체가 서로 떨어져서 살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즉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시 문제에서 묻겠죠.


• 복어는 독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대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되었다. 만약 복어의 체내에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면 복어는 독소를 가지지 못하나 생존에는 지장이 없었다. … • 생존한 아메바의 세포질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스스로 복제하여 증식할 수 있었고 더 이상 병원성을 지니지는 않았다. 아메바에게는 무해하지만 박테리아에게는 치명적인 항생제를 아메바에게 투여하면 박테리아와 함께 아메바도 죽었다. -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 41번 


① 병원성을 잃은 ‘아메바의 세포질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세포 소기관으로 변한 것이겠군.

⑤ ‘아메바의 세포질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아메바’ 사이의 관계와 ‘복어’와 ‘독소를 생산하는 미생물’ 사이의 관계는 모두 공생 관계이겠군.


여기서 의 마지막 문장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학생들은 ①번을 참이라고 생각해서 ⑤번을 찍고 장렬히 산와당했습니다. 지문에서 보았듯이 두 생명체가 서로 떨어져서 살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개체성 판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에서 마지막 문장은 없어도 아무 상관 없는 연막인 것이죠. 중요한 정보는 그 위의 ‘박테리아는 스스로 복제하여 증식할 수 있었고’입니다. 만약 박테리아가 세포 소기관이 되었다면 복제할 때 아메바의 조절을 받았겠죠. 그래서 적어도 의 정보만을 근거로 한다면 박테리아는 세포 소기관이 아닙니다.


④ ‘아메바의 세포질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개체성을 잃었다면 ‘아메바의 세포질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DNA 길이는 짧아졌겠군.


만약에 박테리아가 개체성을 잃었다고 ‘가정’한다면 (보기의 정보만 놓고 보자면 개체성을 아직 잃었다고 할 수 없지만) 둘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매우 강했을 것이고, 지문에 따르면 복제를 조절받거나 DNA 길이가 짧아졌거나 하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겠죠. 그런데 지문에서 복제는 스스로 한다고 했으니 남은 건 두 번째 근거입니다. 그래서 박테리아의 DNA 길이가 짧아졌다고 추측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처럼 주장과 근거는 다른 사례에 적용하는 형태로 많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처음 지문을 읽을 때부터 지문의 주장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찾아서 문제에 적용할 필요가 있겠죠.


6) 문제-해결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거미손에도 문제-해결은 < >로 표시하라고 나와 있고요. 아까부터 계속 말하듯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찾아서 출제자의 연막에 당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네임서버와 클라이언트는 UDP라는 프로토콜에 맞추어 패킷을 주고받는다. UDP는 패킷의 빠른 전송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에게 패킷을 보내기만 할 뿐 도착 여부는 확인하지 않으며, 특정 질의 패킷에 대해 처음 도착한 응답 패킷을 신뢰하고 다음에 도착한 패킷은 확인하지 않고 버린다. DNS 스푸핑은 UDP의 이런 허점들을 이용한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30~34]


다 설명하려면 길어서 핵심 부분만 잘랐습니다(아마 내용은 다 알거라 생각합니다). DNS 스푸핑은 UDP의 허점을 이용한다고 하네요. 그럼 DNS 스푸핑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UDP를 안 쓰면 되겠네요! 문제를 보겠습니다.


네임서버를 사용하는 현재에도 여전히 클라이언트는 질의 패킷을 보내기 전에 hosts 파일의 내용을 확인한다. 클라이언트가 이 파일에서 원하는 도메인 네임의 IP 주소를 찾으면 그 주소로 바로 접속하고, IP 주소를 찾지 못했을 때 클라이언트는 네임서버에 질의 패킷을 보낸다. -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33번 


UDP는 네임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패킷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프로토콜입니다. UDP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네임서버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겠네요. 에 따르면 hosts 파일에서 IP 주소를 찾고, 그 다음에 네임서버에 질의 패킷을 보낸다고 합니다.


⑤ 접속하려는 사이트의 도메인 네임과 IP 주소를 사용자가 클라이언트의 hosts 파일에 적어 놓으면 되겠군.


접속하려는 사이트의 IP 주소를 hosts에서 찾을 수 있으면, 네임서버에 패킷을 보낼 일도 없고, UDP를 쓸 일도 없고, DNS 스푸핑 당할 일도 없겠네요. 그래서 ⑤번은 DNS 스푸핑을 막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최근 지문을 보겠습니다.


자신이나 일란성 쌍둥이의 이식편을 이용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이식편으로 ‘동종 이식’을실시한다. …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이식편에 대해 항상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 이를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데, … - 2020학년도 수능 [26~29]


면역 억제제는 무엇에 대한 해결 방안인가요?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이식편에 대해 일어나는 거부 반응’에 대한 해결 방안이죠.


문제를 보겠습니다.


줄기 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혜자 자신의 줄기 세포만을 이용하여 3D 바이어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세포 기반 인공 이식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2020학년도 수능 28번


② (㉮는) 동종 이식편과 달리 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겠군.


면역 억제제는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이식편에 대해 일어나는 거부 반응’에 대한 해결 방안이므로, 동종 이식에는 필요하고 수혜자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계속 지문을 보겠습니다.


사람이 가진 자연항체는 다른 종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항원에 반응하는데, …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 전환 미니돼지에서 얻은 이식편을 이식하는 실험이 성공한 바 있다. … 이종 이식의 또 다른 문제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이다. …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세대가 지나면서 돌연변이로 인해 염기 서열의 변화가 일어나며 해당 세포 안에서는 바이러스로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떼어 내어 다른 종의 세포 속에 주입하면 이는 레트로바이러스로 변환되어 그 세포를 감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미니돼지의 DNA에 포함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이종 이식의 문제점으로 i. 다른 종에서 자연항체에 의한 거부 반응 ii. 다른 종에서 내인성 레트러바이러스의 변환 두 가지를 제시했고 각각의 해결 방안으로 i. 거부 반응 일으키는 유전자 제거 ii.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제거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문제를 보겠습니다.


③ (㉮는) 동종 이식편과 달리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제거할 필요가 없겠군.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제거’는 ‘다른 종에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의 변환’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와 동종 이식편 모두 같은 종 안에서의 이식이므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7) 예외


제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너무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예외는 그냥 무조건 출제됩니다. 그런데 평가원은 예외를 한 번만 주지 않습니다. ‘예외의 예외’까지 나오거든요.


법률상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당사자가 자유롭게 계약 내용을 정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을 ‘임의 법규’라고 한다. 사법은 원칙적으로 임의 법규이므로, … 그러나 법률로 정해진 내용과 어긋나게 계약을 하면 당사자들에게 벌금이나 과태료 같은 법적 불이익이 있거나 계약이 효력이 부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 체결된 계약 내용이 법률에 정해진 내용과 어긋날 때 법적 불이익이 있을 뿐 아니라 체결된 계약의 효력 자체도 인정되지 않아 급부 의무가 부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해당하는 법조문을 ‘강행 법규’ 라고 한다. … 이미 급부를 이행하여 재산적 이익을 넘겨주었다면 이 이익은 ‘부당 이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즉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이 인정된다. … 그러나 강행 법규에 의해 계약이 효력이 부정되었을 때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급부의 내용이 … 비도덕적이거나 반사회적 행동이라면, … -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22~26]


가장 상위의 원칙은 ‘사법은 임의 법규이다.’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일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강행 법규’가 적용되고, 급부를 이미 이행했다면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강행 법규’ 중에도 또 예외가 있어, 급부의 내용에 따라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외 속에 또 예외가 있는 셈이죠. 문제는 이 ‘예외’와 ‘예외의 예외’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첫째, … 벌금이 부과된다. 둘째, 이 사건의 농지 임대차 계약은 … 무효이다. 셋째, … 사용료를 반환해야 한다. -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25번 


계약이 무효화되었으므로 강행 법규가 적용된 것이고, 이때 사용료를 반환해야 하므로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은 인정됩니다. 선지를 봅시다.


④ A가 농지를 빌려 써서 얻은 이익을 B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한 것은 급부의 내용이 비도덕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군.


강행 법규 중 급부의 내용이 비도덕적이거나 반사회적 행동에 해당한다면 ‘예외의 예외’에 해당해서 부당 이득 반환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④번은 거짓입니다.


이것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문제가 다음 해에 출제되었습니다.


물건의 소유권이 양도되려면, 소유자가 양도인이 되어 양수인과 유효한 양도 계약을 하고 이에 더하여 소유권 양도를 공시해야 한다. 점유로 소유권이 공시되는 동산의 소유권 양도는 점유를 넘겨주는 점유 인도로 공시된다. … 점유로 공시되는 동산의 경우 양수인이 충분히 주의를 했는데도 양도인이 소유자가 아님을 알지 못한 채 양도인과 유효한 계약을 하고, 점유 인도로 공시를 했다면 양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것을 ‘선의취득’이라고 한다. 다만 간접점유에 의한 인도 방법 중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을 하지 못한다. -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 [27~31]


점유로 소유권이 공시되는 동산의 소유권이 양도되려면 ‘소유자가 ~ 공시해야 한다.’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양수인이 ~ 공시를 했다면’ 예외적으로 양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것을 선의취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안 되네요. ‘예외의 예외’입니다. 


갑과 을은, 갑이 끼고 있었던 금반지의 소유권을 을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유효한 계약을 했다. 갑과 을은, 갑이 이 금반지를 보관하다가 을이 요구할 때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을은 소유권 양도 계약을 할 때 양도인이 소유자라고 믿었고 양도인이 소유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충분히 주의했다. 을은 일주일 후 병과 유효한 소유권 양도 계약을 했고, 갑에게 통지하여 사흘 후 병에게 금반지를 넘겨주라고 알려 주었다. -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 30번 


③ 갑이 금반지 소유자가 아니었더라도, 병은 을로부터 을이 가진 소유권을 양도받아 취득한다.


에서 을은 충분히 주의를 했고, 갑이 소유자가 아님을 알지 못한 채 갑과 유효한 계약을 했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선의취득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갑이 을에게 반지를 전달한 것은 점유개정의 방식이므로 ‘예외의 예외’에 해당해서 선의취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즉, 을은 반지의 소유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③번 선지는 ‘을이 가진 소유권’에서 틀린 것입니다. (물론 틀린 부분이 더 있긴 한데 그건 현재 주제하고는 관련 없어서 쓰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예외, 그리고 예외의 예외는 글에서 보이자마자 무.조.건 체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뭐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사례를 보고 이게 예외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으면 됩니다.



결론

지금까지 쓴 내용은 제가 기출을 분석하면서 터득한 가장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그리고 1편에서 말했듯이 거미손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출 분석 및 글 읽기의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글에 기호를 표시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앞선 논의에서 각종 논리적 장치들이 어떻게 선지로 이어지는가를 확인했습니다. 즉, 이 출제 요소들(논리적 장치)이 지문의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문제 풀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요. 수능을 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능 시험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엄청 큽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글의 논리적 장치에 표시를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생각이 잘 흘러가도록 해 주는 일종의 안전 장치인 셈이지요.


물론 제가 계속 말하듯이 표시는 도구이고, 목적은 ‘생각’입니다. 평소에 글을 읽을 때 글에 표시를 하는 것을 연습하면서도 끊임없이 위의 생각을 해내도록 노력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글의 표시를 최소화하고 머릿속에서 글의 전체를 떠올리며 지문의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과 제가 생각하는 바입니다.


요약

1. 글에 하는 표시는 일종의 안전 장치이고 도구이다.

2. 그 도구를 이용하는 목적은 글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이고,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머릿속에서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3. 나는 글을 읽으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1)~7)이고,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거미손에 들어 있다. 

0 XDK (+2,000)

  1. 1,000

  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