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푸른산 볼때면 박정희前대통령이 생각난다"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3006444
고건 "푸른산 볼때면 박정희前대통령이 생각난다"
산이 푸르른 계절이 되었다. 푸른 산을 볼 때면 나는 朴正熙 대통령이 생각난다. 박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산에 나무 심는 일을 매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참 일에 열정을 불태우던 젊은 副理事官 시절, 새마을 擔當官으로 있던 나에게 東大本山에 砂防事業을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東大本山은 月城郡 外東面과 蔚州郡 農所面 사이에 있는 큰 산이다 . 도꾜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 상공으로 들어오다 보면 이 산이 제일 먼저 눈에 잡힌다. 지금이야 녹화가 잘되어 푸르르지만 당시에는 헐벗은 민둥산이었다. 이 민둥산이 울창한 일본의 산을 내려다보며 날아온 방문객에게 처음 비춰지는 한국의 산이라는 사실을, 박대통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방사업의 設計者 겸 현장감독이 되어야 했다. 현지에 가보니 동대본산은 정말 악산 이었다. 몇 년간 사방사업을 했지만 거듭 실패했다고 한다. 비가 오면 흙이 곤죽이 되어 무너져 버리는 특수토질이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방법, 저 방법 생각하다가 부산 의 어떤 토목과 교수로부터 자문을 구했더니 一般 砂防方式으로는 안되고 ‘特殊砂防工法’을 써야한다고 했다. 鐵筋을 넣어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대로 해 보았다. 정말 대성공이었다.
청와대에 결과보고를 했더니 대통령이 주재하는 經濟動向報告會에 참석해 그 내용을 직접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나무가 꽤 자라난 일년 뒤에는 전국의 시장, 군수를 현장에 모아 녹화교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실적이 있어서인지 ‘第1次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莫重한 과제가 내게 맡겨졌다. 워낙 농림부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새마을 사업을 추진하던 내무부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두어 달 밤낮없이 매달려 계획을 만들었더니 關係長官會議에서 計劃立案者가 직접 보고하라는 대통령지시가 떨어졌다. 보고날자가 잡혀졌다. 차트사를 붙잡고 보고 전날 밤 한 숨 안자고 일을 했지만 보고시간 10시에 임박해서야 겨우 차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차트를 들러메고 청와대 회의장에 도착하니 보고시간은 이미 10분이나 지나 있었고 박대통령을 위시해서 총리, 장관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낭패스럽던 생각을 하면 몇십년 지난 지금도 등에 식은 땀이 난다. 당황스러운 속에서도 심호흡을 하고 보고를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녹화10개년 계획의 기본방향으로 國民造林, 速成造林, 經濟造林의 세 원칙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훔쳐보니 대통령의 눈빛이 빛나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휴- 하고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제서야 준비한대로 찬찬히 브리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고 중간 중간 대통령은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하셨다. 하나같이 산림녹화에 대한 熱情과 執念이 느껴지는 말씀들이었다. 師團長 시절의 에피소드도 이야기하셨다. 部隊 巡視 길에 플라타나스 가지를 지팡이 삼아 꺾어 짚고 다니다가 무심코 거꾸로 꽂아놓고 歸隊하셨던 모양이다. 나중에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다보니 거꾸로 꽂힌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더란다.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을 했다 하시며 파안대소를 하셨다. 그때 웃으시는 대통령 입안에 덧니를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뒤 地方局長으로 승진한 다음에는 대통령을 자주 뵐 기회가 있었다. 매달 한번씩 청와대에서 새마을 國務會議가 열렸는데 이때 유일한 안건인 새마을사업 추진상황을 主務局長으로서 보고 드리곤 했었다. 모두 합해 21번 보고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대통령이 새마을 사업에 대해 가졌던 열정은 잘 알려진 바이지만 , 매 회의마다 그 분이 우리 농촌과 국토에 대해 가졌던 뜨거운 애정, 빈곤했던 우리의 역사에 대한 한에 가까운 처절한 심정, 그리고 貧困을 克服하여 경제대국을 이룩하려는 결연한 집념에 숙연해지곤 했다.
그뒤 나는 전남지사를 거쳐 行政首席이 되었다. 1979년 1월 3일에서 10월 26일 돌아가시기까지 열달 동안 바로 옆에서 대통령을 모셨다. 이 시절에는 대통령과 首席秘書官들과의 저녁 회식 자리가 잦았다. 그전에는 잘해야 한달에 한번 정도 만찬이 있었는데, 이 시절에는 매주 한번 이상이 될 정도였다. 영부인이 돌아가신 뒤 외로우셔서 그러셨으리라 짐작한다. 朴大統領은 저녁에 곁들여 飯酒를 드시곤 했다. 막걸리 아니면 양주였다. 막걸리도 특별한 것이 아니고 고향군에서 만든 일반 막걸리였고, 양주는 시바스 리갈이 고작이었다. 반주를 드시면서 옛 이야기도 자주하셨다. 그러다가 가끔 흥이 나시면 “비탁” 칵테일을 만들어 돌리시곤 했다. 비탁이란 맥주 한병을 탁주 한주전자에 섞은 朴大統領 秘藏의 칵테일이다. 비탁 칵테일을 “調製”하시는 대통령에게 옆에 앉았던 내가 “조제는 제가 하지요”하니까 “어이, 이 사람, 이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당신은 配合比率을 모르지 않나”하시면서 젓갈로 비탁을 휘휘 저으시고는 우리들에게 비탁 칵테일의 사연을 들려주셨다.
일제하 대통령이 聞慶국민학교 선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젊은 선생들이 ‘기린 비루’를 마시고 쉽기는 한데 워낙 박봉이라 마음놓고 마실 형편은 못되었다 한다. 그래서 추렴한 돈으로 비루(맥주) 두어 병을 사 탁주 한말에 부어 함께 돌려 마시곤 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구미 상모리에 대농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지주 집에서 모내기를 할 때면 온 동네사람이 모두가 품앗이를 했다 한다. 이 때 마을 아이들과 함께 박대통령도 따라 가곤 했었는데 그 때 지주 집에서 주던 밥과 반찬 맛이 어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호박 잎에 얹혀진 ‘자반고등어’ 한 토막이 그렇게 맛있더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통령이 마음속에 간직한 가난한 시절에 대한 한과 어떻게 해서든 가난을 극복하려는 무서운 집념 이 상대적으로 안영하게 성장한 나에게도 절절하게 다가오던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 나도 비탁 칵테일을 몇번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해도 박대통령 이 만들어 주시던 그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살게 된 탓에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배합비율의 비결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그 둘 다 인지 알수 없다.
※편집자 주. 고건 전 총리가 서울특별시장 재직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회상하면서 쓰신 글임※
http://news.donga.com/3//20050105/8146464/1
대한민국의 제30대 국무총리
임기 1997년 3월 5일~1998년 3월 2일
대통령 김영삼
대한민국의 제35대 총리
임기 2003년 2월 27일~2004년 5월 24일
대통령 노무현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임기 2004년 3월 12일~2004년 5월 14일
총리 고 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현재 약 30시간 깨있는 중
-
주간지는 한개 통째로 쭉 풀어도 페이스 잘 안쳐지던데 뭔차이지..
-
일주일 전에 할머니 돌아가셔서 장례 치렀는데 집 오니까 엄마가 당뇨 때문에...
-
ㅇㅈ 메타 오랜만이네 14
내얼굴은 이제 아는 사람 없을듯 ㅋㅋ
-
인생을 날로 먹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모두에게 상대적...
-
올해 2월부터 중간에 한 두 달 공부하다가 번아웃?비슷하게 와서 공부를 안한 것...
-
여르비 ㅇㅈ 7
.
-
오늘 공부한 시간 - 3시간 22분 오늘 한 공부 국어 - 강기본 3강 - 2번...
-
병호T 현강생입니다. 토탈리콜 궁금증 해소해드리겠습니다. 1. 토탈리콜이란?...
-
알리에서 직구했어요
-
안녕하세요~ 0
2025 인문계 수석입니다~ 질문받아오~
-
자러갈게요 9
잘생긴 남자 꿈꿔요
-
확통이고 6모는 백97 9모는 쉽긴했어도 50분컷하긴 함 백99목표인데...
-
졸업생 강남 일반고 5점대면 무조건 cc 일까요…? 생기부는 괜찮은데 제2외국어...
-
ln(n!)=nln(n)-n으로 스털링 근사해도 감점 없을까요..?
-
딱 한번만 ㅇㅈ본것처럼 댓글 달아줄수있슴…..? 감사합니다
-
지구1 유자분 지금 들어가면 늦음? 9모 45고 개념기출만함 실문풀이랑 병행하려고...
-
군대갔다오면 24살이라 울었어 ㅜㅜ
-
왜 자꾸 ㄱㅅ이 닿는 걸까.. 흐흐... 이정도면 거의 서비스 아닌지? 추나요법...
-
남르비 주목!! 13
나도 쪽지 줘
-
여르비 주목‼️ 4
쪽지좀.
-
재수학원에 8
돌핀팬츠, 크롭티 입고가면 어캐되나요?
-
Oops!
-
저게 물리적으로 가능함?
-
자리예약 깜빡해가지고 그 선좌석? 인가 다 빠져서 자동배정인거같은데 이거 ㅈ된거임?...
-
여드름나서 아픈 오르비언 인증이죠?
-
현역이고 수시카드 가천대 논술 빼고 5개는 안정으로 넣어뒀습니다 가천대 논술은...
-
+ 정시 기준 등급대별로 대충 몇 년정도인지 궁금해요 ˳⚆ɞ⚆˳
-
기출 돌리는 거 괜찮나여 아님 반복하는 게 더 나을까요 ?
-
ㅇㅈ.......ㅁ 11
이재명
-
편입이 더 쉬울 것 같다
-
뭔가뭔가임 진짜
-
절대로 인증을 해선 안되
-
그냥 뭔가 그럼. 아님 말구.
-
만코만 주세요 3
감사합니다.
-
ㅇㅈ메타임? 1
ㅈㄱㄴ
-
1% 확률로 길냥이가 출몰했습니다! ㄱㅇㅇ
-
06 고3 나이면 수능 끝나자마자 하는 게 낫나요? (성인되기 전에) 아니먼...
-
어어 왜 서냐 4
왜 슬슬 자야겠다는 판단이 서냐?
-
ㅠㅠ
-
ㅇㅈ 12
초성게임 인증
-
나노메카 작년엔 17:1이었는데 올해는 8:1로 확 줄었네요 의대 증원때문에 이렇게 된걸까요?
-
아니 배성민 6
카운터어택 모의고사 가격보소 ㅋㅋㅋ 4점 주요 7문항 7회 12000원? 캬...
-
오르비가 얼었다 3
킹째서
-
자야지 1
슬슬
-
나도 걔한테 생일때 손편지 써줬는데 걔도 나한테 손편지 써줌 너무 감동적이고 좋은...
-
2 3p에서도 한 두개씩 틀리고... 이걸 우짜냐ㅜ
-
ㅇㅈ 11
...
-
수시 원서접수 할때 갤러리에서 pc 카톡으로 옮겨서 컴퓨터로 원서 사진 첨부를...
-
인증메타임? 3
?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노통때 총리했다고 고건을 좌파라 생각하시나본데
고건씨 옛날 공화당 시절에 그쪽 분들이랑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 유지하던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