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우문현답 제 4편 - 좋은 글을 쓰지 말고, 좋은 답안을 써라 -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3807468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하다.
나뿐만 아니라, 한때 창작에 뜻을 두었던 수많은 후배들이 논술강사 따윈 글발 좀 되면 아무나 한다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무참히 무릎을 꺾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아니,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7년 동안, 매년 학생들을 받아 왔지만 그들에게 가장 가르쳐 주기 어려운 건 바로 이거다. '이것도 맞지 않아요?' '그래, 그 말도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점수와는 상관없는 말이구나'
사실 이 문제는 초암 시절, 이 나라에 논술교육이라는 것이 처음 도입된 시점에서 배태된 것이다. 당시 순수 인문학 석박사 출신의 1세대 논술 강사들은 '좋은 글' '좋은 논문'을 쓰는 방법을 그대로 논술에 도입했다. 풍부한 배경지식, 탄탄한 논리구조, 총론과 각론, 이론과 실제의 연계, 유려한 문장..
이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1세대 논술고사의 문제들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시오' 였다. 거기에는 출제의 의도도, 문답의 형식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단지 좋은 글을 써보시오. 그게 전부였다.
제시문'라'를(내용의 지시)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내용의 창안, 형식의 대응 지시) 이를 바탕으로(두번째 문제의 내용 지시) 제시문 '가'를 분석하시오(대응구조 형식의 지시).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 이미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모든 것이 주어져 있다. 비교인지, 대응인지, 창의인지, 비판인지 모든 형식과 내용이 이미 출제자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또 무슨 개요를 짠단 말인가?
위의 예시는 작년 연세대 기출문제이다. 저기서 서론 본론 결론이니, 주논반재니 하면서 억지로 개요를 짜맞추려고 십분 이십분을 낭비하는 수험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기존의 제시문을 활용 +새로운 관점 창안)
정리된 관점들과 제시문 라를 대응시키는 문단 .(대응)
그를 바탕으로 라고 했으니 앞의 문단들을 정리하여 결론을 내리는 문단 하나.(논증)
그 결론 문단과 제시문 가 비교, 대응시키는 문단(해석비교/대응).
개요작성은 논술에 있어서 전혀 새로운 단계가 아니다. 단지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의 형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의 일환일 뿐이다. 즉,
개요 작성이란 문제 분석의 산물이다.
이 명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글은 쓸 수 있을지언정, 좋은 답안은 작성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더 인간으로서 유익한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 거대한 사교육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고, 그 안에서 나의 기능적 지위에 부합하는 목적은 후자라는 사실만은 똑똑히 알고 있다. 지금의 내가 내 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이것이다. 좋든 싫든, 이 땅의 수험생과 강사로 만난 우리에게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는 눈팅러들한테 조리돌림밖에 안당해봐서 모르겠는데…
-
아몰랑 대학갈래 3
뿌뿌뿌
-
버킷리스트 1
양동이목록
-
요즘 살면서 1
커뮤나 sns에 뇌가 절여지지 않는게 정말 중요한듯
-
버킷리스트 1
리세마라
-
노래황 되어서 오르비에서 신청곡 불러주기
-
3000부 판매신화 기록 지구과학 핵심모음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
으헤 9
오뿌이 공부하기 시러
-
서로 실제로 아는 사이겠구나
-
간다면 미디어영상학과를 진학하고 싶네요
-
이미지쌤 밖에 없음 ㄹㅇ 3모 노베 6등급에서 6모 3등급 으로 만들어주신...
-
이슬톡톡 1
복숭아보단 파인애플이 맛있는듯 파인애플은 걍 음료수맛인데 복숭아는 묘하게 술맛남
-
와구롸4ㅜ오어ㅓㅇ어구거ㅓ
-
해당 문제에서 설정점(시상하부 설정온도)은 주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나와...
-
눈이 침침하네 3
-
2등급 중간일때용
-
대학 안 가도 대학 내용 얼추 배울 수 있는건 맞긴한데.. 10
뭐 대충 커리큘럼 보고 과목에 맞는 대학교재들 사서 독학하면 되긴하는데 (차피 잘...
-
올해 버킷리스트 13
1. 현역 정시로 성공해 입시판 뜨기 2. 수능 전까지 오르비에 06년생 고정닉...
-
살기싫다 2
5분만 죽어있어야지
-
서울대 고대 못가면 18
9평에서 체대로 튼다...
-
수2에서 이계도함수는 미적분이라 범위외인데 가속도는 또 범위내네
-
하루 뛰는거 어떰?? 야간으로 하루만 뛰고 오는건 괜찮을 것 같은데
-
재릅일까 실친일까..
-
ㅈㄱㄴ 잘 몰라서… 알려주실분 ㅠ
-
현재 강대 s2다니고 있는 재종생입니다. 6평 언미물화 백분위 96 99 89...
-
바야흐로 5년 전, 그래도 나름 알아주는 인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에 입학했음. 근데...
-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네요 뭔가 좀 더 꼼꼼해지고 구멍이 메꿔지는 느낌
-
낭낭하게 급전은 땡길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공통 모의고사니까....모든...
-
지방 사립의대 vs 설경제 > ky로스쿨 (확정)
-
반수 시작하려거 하는데 추천하는 개념 강의 있으신가요
-
3나오긴했는데 4로 봐도 되는 수준의 허수임 걍 마더텅이나 n기출 같은 기본 기출서가 더 괜찮을까용
-
스카 화장실 모기 2마리 잡음
-
고2 고3때 알바로만 16
200 넘게 벌었었는데..
-
최면 13
...
-
이과인데 수학 3~2등급이 목표인데 확통을 해야할까요?
-
'포메인' 0
-
반수반 문자가 안오넹 떨어졋나 ㅠ
-
여긴 헬스장 코치님들도 무섭게 생겨서 웨이트존도 깔짝거리다가 걍 사이클만 타고 잇음…
-
미적하고 지구,사문 조합으로 지방국립대 기계공학과 갈 수 있을까요.....?...
-
지금까지 드릴 543했고 다음엔 뭐하는게 좋을까요 이해원? 설맞이?
-
고능아 ㅇㅈ 10
-
개어렵다는 평이 좀 있는거같은데 딴거부터 하고 하는게 나을까요? 모고 2등급 중반정도 나옴 ,,
-
25 시즌1 1컷 아는사란ㅁ
-
캬~~
-
진짜 오랜만이네 4
다들 하이
-
ㅈㄱㄴ 한대부고 국어국문 지망 학생입니다 4.2로 인서울 가능할까요...
-
돈 많이 모으는 편임?
-
서울대가 그리 대단함? 10
솔직히 대구 살면 서울대 버리고 경북대 갈 수 있는 거 아님? ㅇㅈ?
-
천만덕 가쥬아
-
국어 언매 추천 0
고2인데 방학때 하려고하는데 고1 때 내신으로 열심히 해서 유베입니다 근데 거의 다...
그렇다고 습작으로 밤을 까맣게 칠하던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비루하다거나, 전락하였다는 건 아니다. 쓰고 싶었던 것들보다, 써야 하는 것들이 지금 더 많아졌을 뿐이다. 혹은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연대 사회계열 해설강의 때 계속 강조하신 내용이네요ㅎ 답을 찾으라고 노력해라.
절대구조에서 보던 내용이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렇죠 페로즈도 정선생도 각자 자기 세계가 뚜렷한 사람들인데, 이 부분에서는 견해가 정확히 일치하죠 ㅍㅍ
진리입니다. 대학교 논술은
글 잘짓는 사람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사고력과 논리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그냥 그러한 시험에 말만 논술이라고 갖다 붙였을 뿐이죠.
새로 '짓는' 시험이 아니라 '분석하는 시험이죠. 바로 그겁니다.
항상 수업시간에 설명해주시던거 여기서 또 새겨듣네요 ㅋㅋ
근데 항상 꾸러기 st로 말씀하시고 글쓰시는 이미지만 있어서
오늘 글은 먼가 새롭네요 ㅋㅋ,,
꾸러기 스타일이라닠 ㅍㅍㅍㅍ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