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5번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분석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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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5번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pdf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5번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이상(理想) 도덕·윤리 연구소
소장 임재섭
갑 지문 읽기
인간의 모든 행위의 목적은 행복으로 귀결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본 입장입니다. 아주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니 넘어갑시다.
을 지문 읽기
인간은 자신의 자연적 원리에 의해, 인간의 범위 안에 있는 행복을 향해 전진한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최대한 계발해서 덕을 쌓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 자기 노력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최선일 것입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인물들에 의해 제시된 지혜, 용기, 절제, 정의 등의 자연적 덕이 그런 ‘인간의 범위 안에 있는 행복’에 해당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자연법적으로 허락된’ 행복이랄까요?
그런데 완전한 행복은 인간적 본성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므로 다른 원리가 신에 의해 인간에게 추가되어야 하고, 이 원리를 신학적 덕이라 한다.
그런데 그런 행복은 유한한 행복일 뿐이고, 무한하고도 완전한 행복, 즉 지복(至福, beatitudo)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그 무엇이 바로 믿음, 소망, 사랑의 신학적 덕입니다.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능력, 특히 이성의 힘과 그에 따른 불완전한 행복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신의 은총에 의한 완전한 행복을 강조한다, 아퀴나스의 특징입니다.
① 갑: 행복이란 자연적 경향성에 대한 만족을 의미한다. (×)
왠지 딱 봐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죠? …… 그렇다고 해서 ‘딱 봐도 아님.’이는 심증만 가지고서 오답이라고 판단하고 근거 없이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네, 지문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고 하네요. 이제 우리는 ‘자연적 경향성에 대한 만족’이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과 같은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물론 의미와 지시의 차이를 언어 논리적으로 알고 있다면 이 단계에서 그냥 오답 판정하고 넘어가도 되기는 합니다. 굳이 이 괄호 안의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시면 벤슨 메이츠의 『기호 논리학』 2장 2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고 할 때 ‘덕’에서 주가 되는 것은 지성적 덕이기는 합니다만, 품성적 덕도 배제되지는 않으니 지성적 덕과 품성적 덕을 모두 살펴봅시다. 품성적 덕들의 예시로 절제를 생각해 볼까요? 방탕한 사람이 절제 있는 사람이 되려면 방탕하게 쾌락을 좇는 자신의 자연적 경향성을 부단히 억제해야 합니다. 자, 벌써 ‘자연적 경향성에 대한 만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여기서 선지는 반증된 셈인데, 조금 더 엄밀히 하기 위해 지성적 덕 중에서 철학적 지혜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께서도 뼈저리게 체감하고 계시겠지만, 철학 공부하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우리가 공부하는 윤리학보다 훨씬 더 넓은 게 철학이고,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철학은 거의 ‘세계학’인데…… 지적 게으름을 이겨 내는 의지가 어지간히 강하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세상 살다 보면 간혹 있는, 지적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모든 걸 알 작정을 한 인간들은 자신의 자연적 경향성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철학적 지혜를 갖추겠지만, 범인(凡人)들은 그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고 싶은 지적 게으름이라는 자연적 경향성을 꾸역꾸역 극복하면서 갖추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최고의 행복이라고 꼽는 철학적 지혜에 따른 행복에서도, ‘자연적 경향성에 대한 만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이렇게 또 발견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행복을 ‘자연적 경향성에 대한 만족’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결론을 드디어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①은 오답, 이렇게 확인해야 엄밀합니다.
② 갑: 덕은 건강과 명예처럼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
이 선지가 오답인 이유를, 갑자기 결론부터 확 제시해 보겠습니다. “최고의 덕은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 아니다. →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 아닌 덕이 존재한다. → 따라서, ‘덕은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는 거짓이다.” …… 이렇게만 봐서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래의 해설이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서, 이 결론 구조를 먼저 머릿속에 넣어 두고 읽어 보셔야 이해가 편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건강과 명예는 행복을 위한 수단입니다. 건강이 너무 나빠서 생존의 위협이 있거나, 불명예가 너무 심해서 사회 내에서 인간적 활동을 도저히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는 것을 도저히 할 수가 없겠죠.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을 하기 위해, 즉 행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건강과 명예가 필요합니다. 건강과 명예는 행복에 대해 그 정도의 수단적 가치만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덕은 행복에 대해 가지는 지위가 남다릅니다. 애초에 행복의 정의가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입니다. 여기서 ‘따르다’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지문만으로 너무 많은 단서를 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인지 평가원이 다소 애매한 표현을 우리에게 던져 줬습니다. ‘「…에」 따르다’라는 동사는 후행적 발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어떤 경우, 사실이나 기준 따위에 의거하다.”), 동시적 발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어떤 일이 다른 일과 더불어 일어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 의도는 동시적 발생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교학사 109쪽, 씨마스 111쪽에서는 “덕과 일치하는”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덕’의 뜻은 “특정 기능이나 역할에서 나타나는 탁월성”(천재교과서 98쪽)입니다. 그 뜻 자체가 모종의 목적성을 담고 있어서, 예컨대 인간의 덕이 인간에게는 하나의 목적이 되고, 연필의 덕이 연필에 대해서는 하나의 목적이 되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목적론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이런 연결이 아주 자연스럽겠죠. 그렇다면, 다음에서 ‘최상이며 가장 완전한 탁월성’을 한번 들여다봅시다.
인간적인 좋음은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일 것이다. 또 만약 탁월성이 여럿이라면 그중 최상이며 가장 완전한 탁월성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 인간적인 좋음일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좋음은 완전한 삶 안에 있을 것이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드는 것도 아니며 하루가 봄을 만드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듯 하루나 짧은 시간이 지극히 복되고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강상진 외 2명 공역) -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인간의 최고 탁월성이란 어떤 것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깊이 아시는 분이라면 “철학적 지혜”라고 답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추상적으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 탁월성’, 그것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최고 목적과 관계됩니다. 목적론적 견지에서 어떤 것의 최고 목적이란 그것이 최고로 탁월해지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 목적 = 최고 탁월성”이라고 등식까지 세울 수 있는지는 더 따져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고 탁월성은 최고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의 최고 목적은 그것의 최고 탁월성을 내용적·본질적으로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최고 탁월성은 최고 목적의 본질을 이룹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의 최고 목적은 바로 행복이죠.
그렇다면, 다른 덕은 몰라도 적어도 최고의 덕만큼은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최고의)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최고의 덕과 ‘일치하는’, 최고의 덕과 ‘더불어 일어나는’ 영혼의 활동이 됩니다. 그렇기에 ②는 오답입니다.
왜 굳이 이렇게 여러 길 거치는 복잡한 해설을 하느냐 하면……. 덕과 행복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교과 내용은 ‘덕 있는 삶 = 행복한 삶’, ‘덕을 발휘하는 것 = 행복’ 정도가 다입니다. 이로부터 덕(혹은 특정한 덕)이 행복을 위한 수단 이상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이 감으로는 느껴지는데 논리적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덕이 그냥 수단이라고 해도 두 명제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교육 과정 안의 내용으로부터 할 수 있는 추론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선지를 반증하는 추론을 찾은 결과가 위의 분석입니다. 혹시 더 간결한 추론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가로, 위처럼 고대 그리스의 덕 개념을 목적론적으로 이해해서 풀어야 하는 비슷한 기출문제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번이 있습니다. 아래에 별첨해 둘 테니 한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논리적으로 풀어 보시기 바랍니다.
③ 을: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게 되면 삶의 목적이 실현된다. (○)
이 문장은 아퀴나스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입니다. 거의 “사람이면 인간이다.” 수준이라고 할까요.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사유를 빌려 와서, 삶의 목적을 ‘완전한 행복’, 즉 종교적 덕을 통한 신과의 합일로 설정합니다. “삶의 목적이 실현된다.”의 뜻이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게 된다.’이고, 그러면 선지의 문장은 “삶의 목적이 실현되면 삶의 목적이 실현된다.”와 같은 소리입니다. 정말 당연하게도, 정답입니다.
④ 을: 인간은 스스로 성취한 덕에 의해 최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
을 지문에서 이미 부정된 내용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덕은 자연적 덕까지이고, 자연적 덕으로 도달할 수 있는 행복은 불완전한 지상의 행복뿐입니다. 최고 행복은 신의 은총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⑤ 갑, 을: 덕은 지식과 일치하고 지식으로서의 덕은 행복과 일치한다. (×)
선지를 읽는 순간, 사상가 한 명이 머릿속에 딱 떠올라야 합니다. 바로 소크라테스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지덕 일치설(혹은 지덕복 합일설)을 표현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먼저 봅시다. 지성적 덕은 굳이 원하면 “지식과 일치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품성적 덕은 지식과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벌써 오답이라는 게 확정되었네요.
아퀴나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적 덕 중 지성적 덕은 굳이 원하면 “지식과 일치한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외의 자연적 덕이나 종교적 덕은 지식과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죠. 게다가 지성적 덕으로는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앞에서도 여러 번 했습니다. 여러모로 틀린 선지입니다.
별첨 문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소개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는 최근 수능에 대한 감각과 교과 지식이 충분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윤리 전공자와 타과 전공자를 아우르고 있어 균형 잡힌 시각에서 모의고사를 제작한다. 수험생분들의 수능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류 없는 문제, 쉽지 않은 문제, 깔끔한 문제를 지향한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연구원
- 임재섭 서울대학교 철학과
- 강승철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 김성민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 박세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 박정민 건국대학교 철학과
- 여지선 동국대학교 철학과
- 임재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 조민준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약력
2021년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Éthique Fatale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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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이입니다 10
호날두 좋아하고 강민철 들어요
윤리 과목은 수능에 대한 절대 권위를 지닌 소스들(교과서, EBS 연계 교재)을 최대한 자주, 꼼꼼이 봐야 합니다. 사상가의 입장에 이입해서 생각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사상 체계를 종합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선지들이 빈번히 등장하죠. 그리고 우리는 그런 선지를 거꾸로 '지엽적'이라고 치부하기 일쑤고요... ㅠㅠ
연계 교재 푸실 때 '왜?'를 계속 생각하면서 정리하시면, 머릿속에 사상 체계가 점점 긴밀하고 거대하게 종합되는 걸 느끼실 거예요! 요즘 연계 교재의 심화된 성격이 그걸 잘 도와 줍니다. 교과서도 가지고 계시면 같이 참고하시면 좋아요 :)
이번 윤리와사상 수특, 수완에는 기존 기출에 없는 생소한 내용이나 어려운 내용이 있는 편인가요? 혼자 풀다보니 판단이 안되네요ㅠㅠ
제가 올해는 기출문제랑 교과서 위주로 본 탓에 연계 교재를 면밀히 보지는 못해서 정확히 어디어디가 그렇다고는 짚어 드리기 어렵지만, 근 3~4년 동안 연계 교재에서 기출문제에 없던 심화 내용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습니다. 올해 연계 교재도 쭉 풀어 봤을 때 그런 인상은 받았어요.
다만 수특에서는 선지보다 지문에서 그런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선지에서 아주 생소한 내용을 본 기억보다, 지문에서 '어라, 이건 선지로 내놓거나 지문 좀 꼬아서 만들면 꽤 어렵겠는데?' 싶은 기억이 더 많아요.
+ 2021~2022 연계 교재는 교육 과정 개정으로 인해 비기출 요소가 많이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중관/유식 불교, 스피노자 감정론, 평화 사상 등은 당연하고, 예전부터 있었던 사상가들에 대해서도 2015 개정 교과서에 새롭게 쓰인 표현이나 내용이 연계 교재에서 문제로 나와서 생소함을 주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더 꼼꼼하게 봐야겠네요 올려주시는 자료도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