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국어에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4 (국어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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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문제 해결의 키워드
100점을 향한 원칙주의! 국어 강사 김대기t입니다.
개정 수능에서는 ‘문법’ 파트가 매우 비중 있게 출제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A형은 5문항, B형은 6문항이 출제가 되고, B형의 경우 ‘고전문법’이라는 생소한 파트가 출제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답을 많이 내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운 파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많은 공부가 없이도 <보기>에서 주어진 설명을 보고 기본적 추론의 과정만 거치면 어떤 문법 이론에 근거해서 답이 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답은 몇 번인지 알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시험을 보고 나면 문법에서 오답을 내지는 않았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게 불안한 마음이 있고, 이번 시험에서는 <보기>를 통해 추론해서 문제를 풀었지만 다음 시험에서도 그런 추론이 가능할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고, 자신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실력에 근거한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중위권 정도의 학생들은 5-6문항 중 2-3문제에서 해결의 어려움을 느끼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수능이 300일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른 경쟁자들은 EBS 변형 문제니, 연계 문제니 하면서 실전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다시 음운부터 화용까지 문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자니 필요성은 느끼지만 들이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갈등을 하게 됩니다. 괜찮다고 하는 문법 강의를 찾아서 들어보려 하지만 ‘음운론(자음, 모음)’부터 시작하는 수업이 너무 기초만 설명하는 것 같아(아니면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문제에 적용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모르는 내용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들어왔던 설명의 반복처럼 보이니 쓸 데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선생이 수업을 통해 말한 이론들을 전부다 외우자고 마음 먹지만, 다 외우기도 어렵고, 외운다고 해도 막상 문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함만 쌓여 갑니다.
현장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를 상위권과 중위권으로 나누어서 서술해 보았는데, 공감하는 분들도 다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 개개인의 주어진 상황과 수준 별로 적절한 공부 방법이 있겠지요. 10년 넘게 학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소위 ‘국어 공부법’이라는 것을 떠들어 대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 것인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민망스럽기도 하고, 작년에는 이런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아 보였는데, 올해 이런 유형의 학생들을 만나 보니 그 방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이 옳아 보이고, 또 옳게 보였던 이 방법도 강의를 하는 도중에 검증해 보면 이러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니 더 완벽한 방법이 있는 것 같고.......
제가 이런 칼럼을 쓰면서도 제가 제시하는 문제의식과 해결법이 모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선생’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개인별로 방법이 다 다를 수 있으니 알아서 하도록... 이라고 말하는 것도 책임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문법’을 공부하는 절대적 공부법을 알려 드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유효한 하나의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문법은 외우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 일수도 있고 ‘아니다’ 일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시험을 보기 위한 학습은 일정량의 ‘암기’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문법도 기본적인 사항에서는 암기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또 문제에 적용해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이해’도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문법은 암기다, 암기가 아니다라는 소모적인 논쟁은 접어 두도록 하지요. 전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문법은 암기가 아니다. 다만, 이해하고 추론하기 위해 암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결국 문법은 암기냐 아니냐의 문제는 소모적이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을 암기’하고 ‘무엇을 이해’해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한 번 함께 생각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생소하고 다소 난해한 A문제와 B문제, 두 문항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둘 다 공부해 본적 없는 생소한 문제인데, A문제는 쉽게 답이 보이고, B는 <보기>를 계속 읽어 봐도 무엇을 찾아야 할지 윤곽은 잡히지만 선지 다섯 가지 가운데 정확히 한 가지를 고르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물론 선지의 수준이 A보다 B가 더 어려울 수도 있고, A보다 B문제가 더 복잡한 사고 과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선지의 조건과 사고의 과정 등 모든 조건이 같다고 전제하지요. 그래야 비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쉬워 보이고 답이 눈에 바로 띄는 문제와, 쉬워 보이는데 답은 잘 보이지 않는 문제....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바로 ‘용어의 개념’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용어로 <보기>를 서술하는 문제는 쉽게 이해되고, 답도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만,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용어나 혹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 <보기>는 추상적 이해만 되고 <보기>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 낼 수가 없는 겁니다. 모든 칼럼에서 강조했던 대로 다시 ‘용어의 정의’로 돌아오고야 말았네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혹시 ‘단어’라는 용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단어’를 외운다는 말을 천오백만 사십 일곱 번은 했을 테니 당연히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들어 본 것, 즉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 혹은 친숙한 말이니 알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국어 문법에서 사용되는 ‘단어’라는 용어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도대체 이 문장에서의 단어는 몇 개로 봐야 할까요?” 라는 문장에서 자신 있게 단어의 개수를 세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문법 문제를 가만히 들어야 보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의식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써 왔던 문법 용어들의 반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쉽게 이해했기 때문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지 혹은 알고 있다고 오해하는지 검증 없이 공부해 왔기 때문에 막상 문제에 그 ‘용어’들이 인용되면 답을 골라 낼 수 없는 겁니다.
체계적인 문법지식, 네,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설명을 알기 쉽게 잘 한다는 강의 하나만 들어 두면 적어도 수능에 사용할 정도의 이론은 모두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법 이론을 공부해 봐도 문제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는 이론은 배우는 과정에서 단순한 이해에만 그쳤던 혹은 이해했다고 오해했던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문법 문제는 <보기>를 통해 “이것은 이것이것인데, 이것의 용례로 맞는 것을 골라보라.”가 대부분의 유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우리 말이니 익숙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헷갈리고 문제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고전 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전 문법에서 문제 풀이를 위해 알아야 할 이론은 심하게 말한다면 1시간 이내에 모두 다 배울 수 있습니다. 기출된 문제를 살펴 보면, 제자 원리와 같은 몇 개의 암기해야 할 이론을 제외하곤 형태는 고전문법처럼 보이지만 현대어로 풀이된 문장과 고전 원문을 비교해서 무엇일 달라 졌는지를 고르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는 선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법 용어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문법 공부의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근과 어간의 차이는 설명할 수 있나요? 어근과 어간은 같은 것인가요? 어간과 어근이 같은 경우가 있다면 어떤 단어에서 그럴 수 있죠? 형태소와 접사는 어근에 포함할 수 있나요? 어말어미의 종류는 무엇이 있지요? “세우다”는 이중 피동이면서 비문인가요? ..... ”
두서 없이 진술한 위 문장에서 여러분이 처음 들어 본 용어나 단어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처음 들어 본 용어는 하나도 없을 텐데 각각의 용어를 한 문장으로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어근은 ....이다.”, “형태소는 ....이다.” .... 등등 기본적인 용어의 정의만 정확히 알아도 문법 문제는 지금보다 10배는 쉬워 집니다.
이것은 암기일 수도 있고, 이해일 수도 있겠지요. 문법 공부의 방향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지금부터 공부하는 모든 교재에서 문법 용어가 나온다면, 들어 본 적이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는지 스스로 검증해 보셔야 합니다. 들어 본 적은 있으나 정확히 한 문장으로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질문을 하든 인터넷을 뒤지든, 교재를 참고하든 정확한 용어의 정의를 알아 두셔야 합니다. 그럼 분명 문법은 쉽게 느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해야 할 용어가 몇 개나 되냐구요? 글쎄요 세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절대로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지 않습니다. 기출에서 혹은 ebs에서 혹은 모의고사에서 혹은 여러분이 공부하시는 어떤 교재에서 ‘용어’에 주목하시고 공부하시고 정리하다 보면 아마 A4 용지 한 페이지도 채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을 오르는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최단거리로 가면 수풀을 헤쳐가야 하니 시간은 줄지만 힘이 들것이고, 둘레를 돌아가면 시간은 걸리지만 경치를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갈 수 있을 겁니다. 절대적으로 산을 오르는 바른 방법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를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반드시 정상에 오르시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문법이라는 산을 오르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저에게 마법같은 2014년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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