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부로 [326183] · MS 2010 · 쪽지

2014-03-11 10: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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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본과생의 과거회고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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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제 과제 다 못하고 잤어요....결국 오늘 아침 회진때 교수님께 먼지가 되도록 털리고 저의 멘탈은 가루되어버렸네요 ㅎㅎ 그래도 아침병원일과가 빨리 끝나서 남는 시간에 계속해서 저의 허접한 이야기 끄적여 보겠습니다. 그리고 말투는 그냥 제가 쓰기 편한걸로 바꿀께요...건방져 보여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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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떡하지...쉬운 도덕조차 이모양인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걸까...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것 같다. 부모님께 학원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나왔는데 막상 책을 펴보니 처음의 의기양양했던 나의모습은 어느새 작아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에겐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이 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노력의 결과에 따라 나의 인생이 전혀 다르게 바뀔 수 있다.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해도 안된다면 빨리 접고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후회를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우선 어떤책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도중, 나는 아무런 기초도 없고 이해위주로 가기에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철저한 교과서 암기가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날부터 4주동안 교과서를 달달외우기 시작했다. 눈으로 외우는것은 머리좋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문구점에서 팬과 공책을 하나 사서 교과서를 연습장에 그대로 베끼면서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아....깜지를 쓰는것은 좋은데 너무 손이 아팠다....정말 토시하나 들리지 않고 심지어 조사까지 그대로 쓰면서 외웠다. 과학을 공부할때도  이해따위는 없었다. 그냥 숫자와 수식, 이름들의 암기...수학도 원리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암기...교과서를 씹어먹는다는 각오로 깜지를 쓰고 암기 암기 암기 그리고 또 암기...깜지를 쓰다보니 이틀에 한번정도 팬을 새로 구입했던것 같다. 깜지의 장점은 그날 하루 공부하고 나서 깜지를 썼던 종이들을 훑어보면서 느끼는 자기 만족감 그리고 뿌듯함...아  내가 오늘 정말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좋은 학습동기유발 도구인것 같다....그런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4주동안 중간고사를 대비했던것같다.

드디어 대망의 중간고사시험날...나는 이때까지 시험문제를 풀때 문제를 정확히 알고 푼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항상 시험을 보면서 행운의 연필을 들고 다녔었는데 그 연필의 6개의 면에 객관식을 찍을수있도록 각각1~5번까지 그리고 남은 한칸에는 꽝(다시돌려)가 적혀있었다. 그 연필은 내가 지난 몇년동안 공부를 안하고도 밑에 80명가량 깔고 갈수 있는 성적을 유지하게 도와준 소중한 보물이다. 아무튼 그랬던 나였기에 지난 4주간 열심히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시험지를 받고 문제를 풀기시작하면서 내몸에 짜릿한 전기같은게 흘렀다. 문제를 읽고 푸는데 계속해서 내가 공부하고 아는 내용이 나오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험을 보는데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몇일간 시험을 보고 난후 시험결과가 발표되는 날 아침...학교를 가면서 내심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단지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그리고 어떤결과가 나온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 조회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교탁앞에서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셨다. 이때까지 주번일때 이외에는 내이름을 부르신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뭐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셔서 더더욱 당황했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애들아 주목! 이번 중간고사 반1등은 ㅇㅇㅇ가 하게 되었다. 짜식~하면 되잖아! 다 같이 박수한번쳐주자. 수고했다 ㅇㅇ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보는 박수였다. 그리고 얼떨떨했다. 혹시 이거 몰래카메라는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내가 1등이라니....뭐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게임만 하고 공부랑은 전혀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공부로 칭찬받는 날이 올줄이야... 그러면서 갑자기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내 옆에 1등이었던 짝궁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공부로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면 안되지만 그 순간 그 아이에게 만큼은 그런생각을 가져도 괜찮겠다는 ....몹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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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다시 PK실습때문에 내용을 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나는대로 조금씩 수기 게시판에 글 올리도록 할게요
원래 제목에 부제도 달았었는데 내용이랑도 안맞고 오글거려서 그냥 빼버렸습니다;;;;
허접한 글에도 관심가져주시고 읽어주시는 오르비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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