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이드잭 [521447] · MS 2014 · 쪽지

2014-11-27 01:11:50
조회수 7,008

그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움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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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아이드잭입니다.

일단 지난번 고려대 논술해설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주요대학의 논술고사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저도 잠시 쉬면서 머리를 식히고 있습니다.

내년 목표는 공들인 여러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여 오르비에서 논술하면 원아이드잭이 생각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오르비의 글들을 보다보면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즈음에 제자들을 위해 썼던 글을 하나 올려 그런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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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조차 조용한 새벽, 여러분들과 했던 지난 1년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힘들고 짜증날 때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함께 울고 웃던 그 모든 순간들이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큰 좌절감을 맛보고 있을 겁니다.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또, 아쉬움에 눈물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내년을 기약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러한 경험을 했기에 여러분들이 느끼는 다정(多情)한 감정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일단 여러분이 느끼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이든 지금은 그 감정에 취해보십시오. 불순하고 너무 아픔을 주는 감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 감정은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느낄 수 없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예정하고 있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합니다. 지금의 감정도 나중엔 그리워질 겁니다. 다만 그 후에 이성으로써 그 감정을 생산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십시오.


먼저 자신이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깨끗이 포기하십시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노력했던 과정과 지금의 안타까움을 계속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계속 여러분들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능은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업이자 통과의례입니다. 전국의 학생들에게 하나의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보고자함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충실히 자신의 몫을 했으니 충분히 과제를 잘 수행한 것입니다. 계속 그렇게 정진하십시오.


그리고 여러 상황 때문에 수능에 더 이상 목숨 걸기 싫은 학생들도 아쉬움은 그만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수능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하여 패배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여러분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만약 수능성적 순으로 인생성적이 매겨진다면 서울대에 간 학생들이 모두 A+학점을 받아야 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몇 살 되지는 아니했으나 인생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고 깁니다. 충분히 역전할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을 긍정적 사고로 승화시켜 계속 나아가십시오.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기회는 많습니다. 제 얘기를 하나해볼까요.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저는 로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선생이고, 로스쿨에 다닌다하니 제가 꽤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별거 없습니다. 저도 법대생시절에 사법시험을 실패하고 너무나도 깊은 수렁에 빠져 하루하루를 폐인처럼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좌절과 분노를 잊지 않고 계속 하루하루 포기하지 않으며 기회를 엿보며 살아왔기에 로스쿨이라는 기회가 생겨 법조인의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 같은 범부도 이러한데, 여러분이라고 기회를 못 잡겠습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계속 여러분 앞에 주어진 길을 걸어가십시오.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너무 커서 한 번 더 도전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하십시오. 모든 것은 정해진 때가 있는 법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초등학교에 재입학해서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받는다고 해도 박수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입니다. 1년은 인생에서 그리 큰 시간이 아닙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보통 대학4년에 휴학1년을 해서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합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조기 졸업을 하거나 휴학을 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또, 여유를 가지십시오. 지금까지의 경험상 너무 곧은 것은 유연한 것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부러집니다. 한 번 더 수험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해서 지금부터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하는 것은 필요도 없을뿐더러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오래 가지 못합니다. 차라리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지난 수험생활을 되돌아보고 어떤 식으로 공부에 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충분히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회복된다면 그 때부터 다시 앞만 보고 달려가십시오. 마지막 조언은 ‘출세’보다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출세’는 세속적 개념이고, ‘성공’이 개인적 개념입니다. 여러분들은 서열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세대입니다. 서연고서성한으로 대변되는 입시에 물들어 모든 것을 서열화하기 좋아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남들에게 이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이룬다고 해서 행복해질까요. 아닐 겁니다. 오히려 허망할지 모릅니다. 남들을 이겨야만 얻어지는 행복이 오래갈 수 있을까요. 그 대신 자신의 만족감을 위한 ‘성공’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충분히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노력하여 개인적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하십시오. ‘출세’라는 것은 그 ‘성공’의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들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과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저는 후자의 학생을 위해 빌어주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그런 세속적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더 부담감에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낮아질 겁니다.


끝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했든 모두 수능이라는 큰 시험에 대한 압박감으로 일 년을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건 간에 지금 이 순간을 꼭 기억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일부이고, 여러분 인생의 역사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순간들조차 아름다움임을 깨닫게 되는 날들이 있을 겁니다. 상심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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