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은 마라톤이 아닙니다.
게시글 주소: https://wwww.orbi.kr/00063476476
[기하급수] 수능은 마라톤이 아닌 두 가지 이유.pdf
“수능은 마라톤이다” 라는 말은 페이스를 조절하며 무리하지 말고 달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점은 동의하나, 수능을 마라톤과 동일시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①일주일에 하루 정도 쉰다고 지장이 가는 것도 아니며
②남들을 이겨야지만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차근차근 반박해 보겠습니다.
① 수험생에게 휴식은 사치?
인간의 실력이 오르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신경망을 본따 만든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두뇌는 24시간 풀가동한다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소스를 투입하는 족족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즉 하루 순수 공부 시간이 올라갈수록 어느 정도까지는 기대 성적이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부터는 역효과만 납니다.
가령 하루 5시간 공부하는 학생보다는 10시간 공부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15시간 공부하는 학생이 10시간 공부하는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현역 때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도 빠짐없이 일 년간 15시간씩 공부했던 학생으로써 말씀드리면 그런 학생의 경우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공부의 밀도도 떨어지고, 사고의 깊이도 얕고, 무엇보다도 불안감에 휩싸인 공부는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당장 내게 필요한 공부보다는 남들이 지금 시기에 하는 공부, 인강 풀커리를 타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피로 누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을 보고 찾아오는 우울증은 덤이고요.
일일 공부시간에 따른 제가 생각하는 기대 성적인데,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가 말하고자 하는게 무슨 느낌인지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의 경우엔 평균 하루 12시간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공부 효율이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는 전혀 다릅니다. 피크 구간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모든 사람은 일정 피크 이후로는 1시간 더 투자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구조에요. 이 피크 구간이 어디인지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휴식법>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휴식은 요일을 정해서 주 1회 아예 풀로 쉬고, 월 1회정도는 무계획으로 쉬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능 준비하면서 일요일에 공부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성적은 가장 많이 올랐고요.) 다만 주의하셔야 할 것은 rest하셔야지 play하시면 안돼요. 다음 날 공부에 지장이 가면 그건 휴식이 아닌 놀아제끼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경계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나 잔상이 많이 남고 스트레스 받는 게임, 다음화가 기다려지는 드라마 등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추천하는 휴식 방법은 배쓰밤 사서 음악 들으며 목욕하기, 맥주랑 꼬북칩 먹으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기, 도심이든 산책로든 아무데나 걸어다니면서 입시 성공한 행복한 상상하며 뇌 비우기 등입니다. 뭐든 공부에 방해만 안된다면 해도 좋아요.
쉴 때는 죄책감 없이 마음을 편히 가지고 휴식하세요. 휴식도 공부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하니까요. 적절한 휴식은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쉬어야 하는건 알겠는데, 제가 쉴 때 다른 애들은 공부하지 않나요? 에 대한 답은 ②에 있습니다.
② 수능은 상대평가니까 남들을 이겨야 내가 성공한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수능은 상대평가가 맞습니다.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 등으로 자르는 구조를 보았을 땐 상대평가가 맞아요. 표본 수준과 내 상대적 위치에 따라서 내 표준점수와 등급이 결정되니까요. 그러나 수능은 미시적으로는 절대평가입니다.
대관절 이게 무슨 말인지 예시로 알아봅시다.
영철이는 1등급이 목표인 4등급 학생이고, 옆집 현수는 지금까지 1등급을 놓쳐 본 적 없는 학생입니다. 영철이는 현수보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현수는 지금 벌써 뉴런과 기출 3회독을 돌리고 있고, 영철이는 이제 쎈발점을 하고 있습니다.
현수를 이기고 1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쎈발점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고, 하루 15시간씩 빡공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현수는 하루 10시간 정도만 해서 방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영철이가 현수를 이기고 1등급을 맞을 수 있나요?
아니요. 영철이는 현수를 이기기는커녕 그 해 수능에서 3등급을 맞았습니다. 영철이가 누군지 감이 오나요? 영철이는 현역 때 제 모습입니다.
“현수”는 공부 잘하는 주변 친구들이나 모의고사 끝나고 성적표 올리는 “황” 분들 모두 포함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1등급으로 가려면 현수를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메꾸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즉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고 그들을 이기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기보다는 현재의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수능날 최고의 점수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수능은 미시적으로 절대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감과 조급함에 압도당해 필요한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철이가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매일매일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데에 초점을 두고 공부했다면 그 해 수능에서 1등급도 가능했을 겁니다.
①의 마지막 질문에 답이 되었나요?
현수가 나보다 진도가 빠르고 성적이 좋아도 나는 쉴 때 마음 편하게 쉬고, 공부할 때는 공부시간이나 진도에 욕심내지 말고 스스로한테 온전히 집중해 필요한 공부를 밀도있게 해나가면 됩니다.
이게 저는 입시 전체에서 가장 어려웠고, 많은 수험생 분들이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순공시간이나 진도만큼 가시적으로 우위가 갈리는 것도 없기에 자꾸 그런 쪽에 집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적상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만큼, 여러분 스스로를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화뇌동하며 남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우는 공부가 100% 나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번 칼럼은 예전 수능 만점자분의 말씀을 빌려 마무리하겠습니다.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공부하고, 스스로를 믿자”
오늘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아요 하나만 눌러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팔로우 해주시면 양질의 칼럼을 알림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외의 글은 작성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올라갈 칼럼(칼럼 소재는 요청 받습니다!!)
-방향성을 잃은 노력은 무가치
-당신의 수학 N제가 안 풀리는 이유/이것만 점검해도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무조건 성적 오르는 수학 공부법
-정적분, 부분적분, 정사영과 정규분포 뒷북성 팁
-예과생이 쓰는 대학생활 팁
-실모 활용법
-D-30
-그 외
0 XDK (+11,000)
-
10,000
-
1,000
-
설마 진짜로 저거 쓰는 사람 없겠지
-
코노가서 예쁜나이25살 부를거임
-
06년생들은 26수능 부탁드릴게요 25수능은 05들한테 맡기시죠
-
D-370 4
26수능으로 04년생이 간다
-
마지막에 딸래미 ㅈ살한거 ㅠㅠ
-
9회분 남았네 ㅋㅋㅋㅋ 최신기출이랑 ebs 벼락치기도 해야해서 수능까지 두개밖에 더...
-
물수능=불원서 0
수능 점수가 아니라 원서로 대학간다고~
-
어 형이야 3
형은 첫날부터 의회 폭동자를 사면할 예정이야
-
근데 올해만큼 6,9에 직접연계 많은 적이 있었나요 0
올해 69연계빨 엄청 큰거같은데
-
쓴소리받고싶은데 12
난 진짜 누가 욕 박을까봐 못 올리겠다
-
1회 36 2회 45 3회 33 4회 42 5회 37 6회 39 ㅈㄱㄴ...
-
헉 2
헉
-
기합한번 넣자 2
흐에에에에아아아아!!!!!!!흐에에에에아아아아!!!!!!!흐에에에에아아아아!!!!!!...
-
clothing20snu 대성 커피 먹구 가 ~~ ⸝⸝ɞ̴̶̷ ·̮ ɞ̴̶̷⸝⸝ 0
있잖아, 지금 2026 19패스 구매하고, 내 ID를 입력하면 너도, 나도 각각...
-
2~3등급을 노리곤 있지만 한 두개 실수하거나 하면 4로 나락 가버리던데 너무...
-
오르비언은 왜 귀여울까 10
반응오네...
-
이거 때문에 서울 올라가는데…끝나고 같이 밥 먹을사람
-
그러하다.
-
드가자드가자~~~
-
자연가습기 목건강 독감예방 삼위일체 Kf94로
-
김범준 정병호 1
김범준쌤 신청은 했는데 어랴울까봐 정병호샘도 일단 신청해놓간 햇거든요 김범준샘...
-
이감 늦겠다 3
헉
-
저 밑에 분홍색이거든요..? 저걸 과연 꺼낼 수 있을까요?
-
2기는 나와요
-
다들 안녕히주무셨나요 28
좋은아침이에요
-
월요일까지 풀꺼라 국수영 3개씩 풀려하는데 실모가 넘 많이 남았네요…ㅎㅎ 국어 강K...
-
제2외국어 빼고 나머지 1 나온다 치면 가능한가요 백분위 국어 99 사탐 97...
-
제곧내
-
좀 어려운걸로 수능대비 하고싶어서.. 사놓고 아직 하나도 안풀었음.. 6모는...
-
묵혀둔 더프 시험지 치랴고 꺼냈는데 왜 국어가 없지? 이감푸러냐겟다;;
-
답지 안들고옴요 ㅠㅠ
-
불수능의 불을 끄기 위한 지구의 노력
-
하루전날응시예정
-
출제 교수에게 실례지만 아이돌 팬픽이나 씹덕 글 읽는 기분임 (가)에서 은근히 헤겔...
-
아오 ㅅㅂ
-
하지말라면 하지마 시팔
-
우짜면좋노
-
[30분기적] 지구과학 파이널 역전 총정리집. 30분만에 전단원 총점검! 0
5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30분의기적 파이널 총정리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
생윤러님들 현돌 다지선다 e-book 구매해서 지금 하는 거 어떤가요? 현돌모...
-
이감 9,10회차 샤인미 3회차 폴라 2회 oz모 3회 사만다 파이널 3회 작년에는...
-
리트 문제나 수능 배경지식 제외하고 다른 요소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까요?
-
얼버기 5
공부하러 가쟈
-
6평 9평에 현대소설 두번 다 연계된 사례가 없지 않나요? 작년에 6 9평에서...
-
좋은 꿈 꿨음 3
10월 모의고사치르러 학교에갔다가 미미미누만나서 응원받음 응원 ㅆㅅㅌㅊ
-
얼버기
-
찌라시 봤는데 3
ㄹㅇ 속삭임 속삭임 소설이 너무 특이해서 맘속에 뭔가 좀 그랬는데 들어가있네
-
캬 배변시간의 정상화
-
안녕하세요! 입시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이번 수능 얼마...
-
기숙 들어가서 진짜 ㅈㄴ 열심히 하다가 2주정도 전에 집 근처에서 수능 보려고...
-
좋은 아침입니다 7
진심으로 불안감,조급함 ㅇㄱㄹㅇ 인지는 해도 막상하려니 두렵더라고요
지금 현재에 집중
나의 약점에 집중
진짜 이것만 매일 수능날까지 하면 될텐데
간단한데 쉽지 않은ㅎㅎ
와 이분 활동 다시하시나요? 제가 팔로워 100~200명일 때 질문 드린 게 1년 좀 전인데
반가운 분이 오셨네요..
반갑습니다ㅎㅎ코기토님 빨테 되셨더라구요! 요즘은 이전 칼럼들 정리해서 올리고 새로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복귀를 정말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풀집중해서 공부한지 10-11시간쯤 되면 확 피곤하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그땐 수특 문학이나 개념 복습처럼 light한 걸로 해주면 좋을까용?
정상입니다ㅎㅎ 저는 잠깐 5분정도 눈감고 있거나 EBS 교재 강의 들었어요! 개념 복습도 정말 좋겠네요
오 네!! 최애입니다
저도 남 신경쓰지 말고 결국 자기 부족한 점을 메꾸면 된다고 생각해요
맞는게 대학 잘간 부엉이들 다 주말에 하루이상 풀로쉼ㅌㅋ
감사합니다 혈이 뚫렸습니다
수능은 미시적으로는 절대평가 <<< 공감 100개 주고 싶네요
피크구간이 너무 짧은데
이걸 늘릴수있는방법은 없을까요?
부끄럽지만 7시간정도 하면 머리에 잘 안들어와요
만약 빡공 시작한지 얼마 안되셨거나 아주 오래됐다면 그럴 수 있어요. 우리가 초중학교때부터 10시간씩 앉아서 집중하고 그럴 수 있는게 아니다시피, 어느정도 적응/훈련기간이 필요한것도 있어요. 전자의 경우는 날잡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짜 하루 18시간 찍어보시면 피크타임이 좀 늘어날거고, 후자의 경우는 휴식의 텀을 짧게 가져가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제일 미련한게 잠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어 단어시험 보는것도 아닌데, 머리가 맑지 않으면 사고력이 안 늘어나지요..
물론 단순 암기만해도 성적이 오르는 5등급대 학생들은 잠을 좀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클럽가서 즐기고 원나잇도 하고 오면 현타까지 받아서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좋아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