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해리케인 [763843]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3-07-29 0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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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전공자로서 이번 초전도체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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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만에 전공 분야로 찾아뵙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물리라는 게 너무 광범위해서

나름 요즘 논문도 많이 보고 학부 이상의 양자/광학 공부도 하는 중인데

이 논문을 이해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전공 용어를 좀 배제하고

그래도 생각하는 바에 대해 말해볼게요



1. 뭐가 됐든, 이 논문은 과학도로서 뿌듯하다


이 연구가 정말 진실이라면 노벨상 따위는 받아도 좋고 안 받아도 좋고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겠죠

AI의 이론적 속도를 가볍게 따라잡을 것이며

환경문제까지 해결해 생태계는 더욱 안정화될 겁니다


이런 주제는 누구나 중요하단 걸 알아요

그런데 같은 분야를 연구해도, 중요한 주제를 연구하지 않고

취업과 산업에만 도움되는, 그런 연구 주제에 안주하는 연구실이 태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이런 시도가 있는 게 좋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중요한 주제를 연구하는 곳은 잘 없습니다




2. 하지만 이것이 거짓, 조작됐다면 


1번의 뿌듯함 따위는 우리 감정의 한 순간으로 자리잡고

국제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우리 과학계의 위상이 떨어질 것입니다

이 논문의 형식적인 면만 보아도 의아한 점들이 보입니다

(유튜버 SOD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상당부분 많이 겹칠 겁니다)

https://youtu.be/36EkN0eGS5M




3. 왜 arxiv에 냈는가?


arxiv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나무위키를 긁어서 요약해 봤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무료 논문저장 사이트.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등에 관한 통상적인 출판전 논문(preprint)또는 텍스트 등을 무료로 업로드 및 다운로드가 가능한 공간이다. 또한 저자의 성향에 따라 출판 후 논문역시 업로드된다."


따라서 논문의 퀄리티가 잘 보장되지 않습니다.

물론 푸엥카레 추측을 증명한 논문이 학회지가 아닌 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등 예외는 있죠


왜 이런 주제가 Nature, Science, 하다못해 PRL이나 IEEE, materials, apl에도 올라오지 않았을까요?

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이에 대한 학자들의 썰들은 분분합니다


'일단 데이터는 나왔는데 왜 그런지 몰라서 여러분들이 한 번 검증해주세요'

'남이 가로챌까 무섭기도 하고 데이터가 나왔으니 흥분돼서 일단 올려야겠어요'


머 이게 arxiv의 존재 이유기도 해서 저 의견들 자체는 상당히 개연적이나, 

우리가 의아한 점은 그 논문의 주제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것에 있습니다




4. funding, 연구소, 저자



논문 저자가 세 명인 점과, 연구소의 주소를 로드뷰 해보면 일반 가정집 지하 1층이라는 점이 좀 의아합니다.

이런 연구 주제라면 마땅히 정부 기관, 기업 등의 지원이 이루어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기업 연구실에서 스케일 있게 연구될 것입니다.

동양인테리어가 국내 초전도체의 메카일 수도 있겠네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이런 주제가 이렇게 소규모로 은밀하고 조용하게 투고될 정도의 논문인가하는 게 좀 많이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지금 연구실 사이트는 트래픽 문제 때문에 열람을 못하고 나무위키가 그새 발빠르게 움직였더라고요

1999년부터 아주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한 듯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는 점이 신기하긴 했는데

제가 속한 연구실도 뭐 다른 게 있나 싶긴 해서 일단 넘어갑시다


*논문의 부록같은 걸 보면 다양한 연구실에서 시료의 제작부터 분석까지 실행하긴 했네요.




논문에선 아주 compact하게 소속 기관과 저자가 들어갑니다

초전도체라 잘 모르긴 하지만, 이쪽 분야는 laser를 시료에 쏘아서 전압 등의 물리량 변화를 통해

물질의 구조와 열전도 등의 특성을 보는 실험 방법이 기본이 됩니다

교수가 직접 실험을 했을리는 없고 

이런 연구는 석박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많이 갈려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논문의 저자란엔 이들의 흔적이 없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초전도체 분야에서 많은 issue를 불러일으킨 분이나, 지금의 맥락에는 별 상관 없습니다)


제 분야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고요?

위 사진만 봐도 ptsd 옵니다 더 묻지 마세요


뭐 그렇게 딴지 걸만 한 건 아니고 그냥 읭? 하다는 걸로 넘어갑시다.

저자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요. 일단 arxiv에 올린 거니까요.

진짜 문제가 될 소지였다면 애초에 그렇게 쓰지 않았겠죠.




5. 논문의 본문에 대해서


요즘 좀 공부 열심히 한다고 설치는 학부생 따리가 평가할 건 전혀 아닙니다만, 데이터가 너무 부족합니다.

단적으로, 논문의 본문에 나온 그래프들은 4묶음에 불과한데, 

단순히 좀 특이한 금속의 phonon 신호를 측정하는 논문만 보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고 

심지어 어떤 그래프는 확대도 제대로 안 해서 비율도 틀어져 있습니다. 


아예 새로운 금속을 직접 만든 것 같은데 그 금속에 대한 기본 정보들도 부족합니다

그림과 그래프들을 만약 지금 제 교수님께 제가 만들었다고 가져가면 엄청 까였을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자질을 논하는 게 아니라, 급하게 낸 티가 너무 보입니다.


제가 엄청 꼼꼼히 읽은 건 아니라서 놓친 부분도 있을 수 있겠는데,

초전도체의 내부 자기장에 대한 내용이 수식으로 기술 돼있지 않고 

물질 내부의 전자밀도, 열용랑 정도만 수식으로 보여줍니다. 

조금 의아합니다. 


이는 연구자들도 아직은 현상만 관측했을 뿐 잘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논문에서 계속 quantum well로 뭔가 설명을 하려는데 와닿는 건 잘 없네요.

데이터로서 이렇게 보여진다라고는 말하지만 제가 궁금한 건 수식적으로, 이론적으로 어떻게 뒷받침되는가입니다.


이런 연구는 그분들이 새롭게 만든 물질의 분석에 대한 논문, 이론 논문, 실험 구현 논문 

적어도 세 개는 나올 텐데 그 주제의 깊이와 스케일에 비해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위해 저자가 이전에 투고한 논문을 살펴보려했지만 아래와 같네요...

연구자들끼리 흔히 쓰는 편법(?)을 통해 다운 받으려 해도 안 되는 걸 보니 좀 아쉽습니다








6. 정말 진짜라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당장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너무 많습니다


Quantum computation(QC)에서 입자의 coherence time을 위해 초전도체가 사용되고 있고 

초전도체가 초전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그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는데,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획기적으로 상용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QC는 애초에 너무 복잡하고 민감한 기술이어서 B2C 사업이 되기엔 너무 속단입니다


애초에 저온에서 더 큰 안정성을 보이는 성질이기에, 당장 액체질소(LN)에의 의존성이 사라진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LN의 치솟고 있는 가격 또한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지금의 modern computer과 달리 QC는 다양한 방식으로 용도에 맞게 구현될 거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7-8년 봅니다.)


반도체 시료에도 이 물질층을 첨가해 그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겠으나,

양산은 아예 다른 얘기죠. 


지금도 반도체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 해 전 세계의 Foundry 회사들은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이것이 접목되려면 10년은 걸릴 겁니다

아예 새로운 산업군이 탄생하는 거니까요

물론, 전제는 해당 논문이 정말 진실이라는 데 있겠죠


이외에도 핵융합, 케이블, 입자가속기, mri 등 다양한 데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우주산업과 행성 탐사는 미친듯한 연구 가속을 받습니다. 

AI는 무슨, 초전도체가 4차 산업혁명을 건너 뛴 채 5차 산업혁명을 가져옵니다. 







* 마치며



저는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이 글을 쓰면서도 공부했고

아직도 공부할 게 산더미입니다

너무도 빈약한 정보의 글을 지금까지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어찌됐건,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중요한 개척 주제에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더 도전정신을 갖고 연구를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진위여부를 떠나 1999년부터 이 주제에 몰입하며 연구했다는 사실에 상당한 경외감을 표합니다. 

아래는 교수님이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인데, 일단 정말 진중하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네요.



어쩌면 이 논문이 학계에 인정이 되어

올해나 내년 수능 독서 지문에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글을 마쳐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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