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재수생,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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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재한 학생입니다.
작년 12월 수능에서 보기좋게 미끄러졌고 최저를 맞추지 못해서 수시에서 1차합격한 원대 한의예과를 떨어진채 좌절 속에서 살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아직 청춘인데 벌써부터 좌절하고 포기하고 점수맞춰서 꿈을 타협한다는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능성적에 맞춘 대학이 아니라, 내신등급때문에 타협했던 한의예과가 아니라 정말 원하는 의예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주변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그놈의 의대가 뭐라고 그렇게 재수까지 하냐는 식의 비난을 받을때도 저보다 내신이 좋지않았고 수능을 못봤던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는 소식을 가끔씩 들을때도
겉으로는 담담한척 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감추면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11월 12일 3시 52분 마지막 탐구를 볼때까지 사력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냐고요?
아쉽게도
속이 쓰릴정도로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지난 1년간 남들의 비아냥, 비난, 가족들의 눈치, 기벡킬러 문제 하나 맞추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시간들, 수능날 아침까지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놓지 않았던 기출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너무 힘들어서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을때 조차도 혼자 참아가면서 남몰래 울컥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것 같아서 혼자서 집으로 향하면서 정말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 뒤로 오늘 아침까지 매일매일 폐인같은 삶을 살면서 방구석에 쳐박혀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은 아무래도 더이상은 이렇게 지내면 안될 것 같아서 그 동안 공부했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한장씩 펴보니 약간의 마음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생각해보니 비록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재수 생활을 하면서 얻은 교훈들이 많았습니다.
내신공부로 굳어있던 잘못된 공부법을 개선하고, 시험만 앞두면 사시나무 떨듯이 긴장하던 제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담담하게 모의고사와 수능에 임할수 있게된 것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경험은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한가지에 몰두하고 노력해온 지난 1년이었습니다.
아무리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제 성적은 올라가지 않고 속이 쓰린건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제는 재수생활이 마냥 실패한 것은 아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성공적? 이라고 물음표를 달긴하지만 분명한건 재수생활을 계기로 한층 더 성숙해졌으니 그만 자책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올해 수능을 치른 분들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는 저처럼 실패했을수도, 다른 누군가는 성공했겠지만 결과야 어쨌든
모두들 진심으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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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저도 느낀거지만 재수생활은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해진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긴 했지만요 그것도 인생경험이겠죠...
아버지가하신말씀인데 수능을망한것은 인생에서 실수를 한거지 실패를 한것은 아니다 인생은길고기니까용
이 재수가 단순히 대학만 바꾸는게 아니라
현역들은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크나큰 경험같아요.
공감 많이 되네요. 재수생활하면서 잃은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정말 많은것 같아요.
이제 한 문턱 넘었지만 잘 넘었든 안 넘었든 앞으로 몇 십개의 문턱을 향해 달려가면 되는겁니다.
다만 저는 앞으로 매 문턱마다 최선을 다해서 넘을것을 알기에 이번 실패로 인해 미래가 두렵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