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비야,
그래도...
재미 있고 신기하지 않았니?
여기 살아도 잘 모르는
무궁무진한 문법 세계~
하긴 지난 일이라 그런가?
막상 그 순간엔 진땀 뺐다고, 인정! 대인정!
올비야,
서동요에게 문법봉을 받을 때만 해도
손뼉을 마주 치며 좋아했던 올비와 나.
자료관 입구에 현판의 글자만 읽지 않았더라도...
뭐였더라? '素那金川'
소나금천이 뭐가 문제냐고?
왜 말은 해가지고? 아, 원망 같은 건 아님.
거기선 소나쇠내라고 읽어야 해.
고대성에서는 소린 하난데, 표기가 둘이라서...
봤지? 벌떼처럼 달려들던 향찰군.
'환영의 볼'만 아니었다면...
올비야,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
물론 들어봤지. 환영의 볼에 대해.
갑자기 향찰군이 멈칫 했잖아.
그 볼에 한번 들어오면 여간 나가기 어렵운 게 아니거든. 우린 용비어천가 덕분에...
아마, 올비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거야. 투명하니깐.
투명한 탱탱볼 안에 들어왔다 생각하면 어떨까.
올비야,
우린 움직이는 탱탱볼 안에 있었던 거야.
쉼없이 회전하는 지구 안에 사는 사람들처럼.
'밟다'를 발음해 보라?
'맑게'를 발음해 보라?
아, 그건 뭐냐고?
뭐, 답 잘 하던데. [밥따]... [말께]...
올비야,
환영의 볼에서는 뭐든지 가능해.
올비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들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거든.
이전에 발음법 장군의 부하 10항과 11항을 만난 때를 떠올렸나 봐.
이 미니아라와 즐거웠던 순간 기억하면 좀 좋아?
올비야,
저길 봐!
발음법 장군의 부하들이네.
중세성이 이미 저들의 손에 넘어갔나?
아님, 우리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벌써 알아챘나?
올비야,
서동요의 말, 생각나지?
세종어제를 만나 훈민정음 언해본을 꼬옥 받으라는 말.
글쎄. 나두 자세힌 몰라.
그 책이 왜 필요한지.
용비어천가가 우릴 여기까지 안내한 걸 보더라도
세종어제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긴데.
올비야,
여긴 중세성의 자료관이야.
세종어제는 자료관의 책임자야.
남산 타워 같은 저 높은 건물은 뭐냐고?
아, 저건 언해각이라고 불리는 누각이야.
근데, 용비어천가는 누구냐고?
용비어천가는 세종어제의 가장 뛰어난 제자야.
올비야,
주변을 봐! 마치 고대성의 향찰군처럼,
발음법 장군의 부하가 자료관을 에워싸고 있어.
저 위에 있는 세종어제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무슨 좋은 수가 있냐고?
올비야,
나는 수밖에.
날자, 날자, 한번 날아볼까?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말투가...ㅎ
올비야, 반가워~